北 ICBM 재개땐 ‘실제 타격’보단 무력 시위ㆍ제재 강화 우선할 듯
북한이 미국의 연내 막판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2년간의 북미 비핵화 협상 구도가 붕괴하고 2017년의 군사적 긴장 국면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예정에 없던 방중(19~20일)을 포함해 외교적 협상의 문을 열어놓되,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상황에서의 군사옵션까지 염두에 둔 최대 압박 정책을 재가동할 태세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관이 17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외교가 무너질 경우를 가정해서 2017년의 대응책을 거론한 것은 제한적 대북 타격을 포함한 군사옵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명 ‘코피 때리기(Bloody nose) 작전’이다. 북한이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15형을 잇따라 발사했던 2017년 미 국방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개 이상의 군사옵션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군사옵션이 단순한 엄포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준비되고 있음을 알고 전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2017년 10월에는 미 공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등이 북한 지형과 유사한 미주리주 산악지대에서 북한군 지휘소를 타격하는 야간 폭격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B-2가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을 투하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이 하와이에서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비밀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군은 북한의 핵시설 타격과 방공망 무력화, 중동지역 미군의 한반도 이동, 주일미군과의 연계, 북한의 화학전 공격시 대피 방안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은 영변 핵시설이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등 북한의 상징적인 핵시설 한두 곳을 정밀 타격하는 ‘코피 작전’이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무력 사용으로 강력한 경고를 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이 보복 대응에 나설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컸다.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옵션 실행을 주장한 반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미국이 실제로 취한 행동은 B-1B 랜서, F-22 랩터 등 최첨단 폭격기와 항공모함전단을 한반도 일대에 대거 전개하는 것이었다. 무력시위를 통해 언제든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2017년 9월에는 전략폭격기 B-1B 8대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쪽 공해상까지 진입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벌어졌다.
미국은 북한이 다시 ICBM 도발에 나선다면 2017년과 마찬가지로 실제 타격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일단은 무력시위와 함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현재로선 코피 작전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백악관 기류를 전하면서도 2017년보다 대북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인 ‘압박 켐페인’을 예상했다. 그간 거론만 됐던 원유 공급 전면금지, 공해상 선박 수색권 도입,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전면화 등에 주력할 것이란 얘기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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