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정도 자고 먹는 시간 외 연습만 했는데”
이세돌(36) 9단이 은퇴 대국에서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에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16년 알파고와 대국 이후 다시 AI를 상대해 승리를 거머쥔 이세돌의 소감은 뜻밖의 “조금 허무하다”는 것이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계가가 필요 없는 승리, 이세돌의 완전한 승리였다.
이세돌은 한돌과의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허무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대국 일정이 없어 공부와 연습도 하지 않았다가 한돌과의 대결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세돌은 “10일 동안 바둑만 생각하고 하루에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엔 연습만 했다”며 “이번 2점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사실 제가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조금 허무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승리는 본인이 잘했다기 보다는 상대의 실수가 큰 역할을 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돌은 접바둑을 준비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학습 시간 부족한 것은 NHN도 인정한 사실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NHN 측은 “솔직히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이라며 “학습을 시키면서 여러 프로 기사들과 시험을 했는데 결과가 많이 달라서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세돌은 19일 한돌과 2국을 둔다. 1국이 2점 접바둑이었던 것과 달리 동등하게 맞대결을 펼치는 호선으로 열린다. 이에 이세돌은 “한돌이 시간이 없지만 2국과 3국에서는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고 주문했다. 진검승부는 이제 부터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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