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인공지능, 실수로 패착]
당초엔 3년 전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보다 높은 수준 기력 평가
NHN “바둑 AI들이 쉽게 놓치는 수”… 일각선 한돌 능력 평가절하
“축과 장문은 바둑을 갓 배운 사람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룰 같은 건데….”
18일 진행된 이세돌(36) 9단과의 대국에서 NHN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이 기초적인 실수를 저지르자, 바둑팬들 사이에선 “어이없다”는 반응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그동안 보여준 한돌의 기량을 감안하면 이 9단이 2점을 미리 바둑판에 놓여진 상태에서 유리하게 경기에 나섰지만 패배를 점친 시각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NHN에 따르면 실제 기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엘로(Elo) 레이팅’ 기준, 한돌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쳤을 때의 알파고 리(3,700)보다 높은 수준인 4,500으로 평가됐다. 일반 프로기사 9단이 3,500 수준임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한돌은 온라인 바둑게임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고 있는 NHN이 10개월간 개발, 지난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20년의 역사를 가진 방대한 양의 한게임 바둑 기보로 딥러닝 학습을 시작, 이후에는 자가 대국을 통해 습득한 기보로 재학습하면서 성능 개선에 매진했다. 최근 3.0 버전으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예측 모델을 동시에 사용하는 ‘앙상블 추론’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마치 여러 명이 동시에 상의해 가장 좋은 수를 찾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전 버전에 비해 한돌의 성능을 크게 개선시켰다.
경기 직후, NHN 측에선 준비 부족을 인정했다. NHN 관계자는 “버그나 시스템 오류는 아니다”라며 “이 9단의 78수가 한돌이 예상하지 못한 절묘한 곳에 놓였는데, 이는 인간에게는 쉬운 점이지만 세계 1위 중국 ‘절예’를 비롯한 바둑 AI들은 쉽게 놓치는 수”라고 전했다. 한돌 개발을 책임진 이창율 NHN 게임 AI 팀장은 이날 대국이 끝난 직후 “접바둑을 2개월밖에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NHN의 이런 해명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은 팽배하다. 특히 한돌은 2.1 버전이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신진서(19) 9단 등 국내 프로 랭킹 바둑기사 상위 5명을 상대로 벌인 맞대국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모두 승리했다. 지난달 은퇴 선언 당시 국내 랭킹 14위에 머물렀던 이세돌 9단에게 치명적인 착각으로 승리를 헌납한 한돌에 회의적인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한돌이 거뒀던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에도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돌은 올해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중국의 두 팀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한돌은 벨기에의 ‘릴라제로(Leela Zero)’와 대만의 ‘씨지아이고(CGI GO)’, 일본의 글로비스 에이큐제트(Globis-AQZ)’ 등을 차례로 이겼다. 한국기원 소속의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솔직히 한돌이 세계대회에서 가져온 성적표에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며 “이세돌 9단과 벌인 대국에서 나온 실수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프로바둑계에선 한돌과 이세돌 9단의 경기에 대해 ‘웃지 못할 해프닝 대국’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돌과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지켜 본 한 프로바둑 기사는 “축과 장문이 뒤섞이면서 조금 어려운 변화가 있었지만 AI가 풀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버그’와 같은 오류가 발생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한돌의 능력을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일단 이번 대국 이후로도 한돌을 꾸준히 개발해나갈 예정”이라며 “회사 내 머신러닝 연구개발 조직이 따로 마련돼 있는 만큼, AI 도전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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