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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파멸로 몰아간 검-경, 반성은커녕 대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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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파멸로 몰아간 검-경, 반성은커녕 대립만

입력
2019.12.19 04:40
수정
2019.12.19 09: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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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감정서 싸고 “오류” “조작” 반박에 재반박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과 그의 몽타주. 한국일보 자료사진.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과 그의 몽타주. 한국일보 자료사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 경찰의 행태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법 집행의 최일선에서 엄정한 공무집행을 해야할 국가 수사기관이 한 개인을 파멸로 몰고가는가 하면 피해자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유골 일부를 확인하고도 은닉한 정황에 여론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실수인가, 고의인가….’ 그럼에도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당시 유전자 감정서를 놓고 경찰과 검찰은 서로 수사결과를 비판하며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감정서에 오류가 있었다”며 실수 쪽으로 선을 그은 반면 검찰은 “고의가 개입된 조작”이라고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러는 사이 8차사건 진상 규명이나,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한 윤모(52)씨의 재심 재판개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8일 “감정서 조작은 없었다”고 전날 검찰의 주장을 재 반박했다.

8차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 분석기법) 감정서를 놓고서다. 감정서는 8차사건 당시 윤씨가 진범으로 특정되는데 결정적 증거로 쓰였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검찰은 윤씨 감정서에만 검사기기의 성능 테스트용 표준 시료(모발)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스트용 모발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사용했다”고 검찰 주장을 재차 부인했다.

검찰은 전날 “분석 데이터가 매우 적었던 점 등을 들어 감정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힌 경찰 수사 결과에 “오류가 아닌 조작”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의 체모에 대한 감정서는 윤씨가 아닌 일반인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 감정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 연합뉴스.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이처럼 “자신들의 수사결과가 옳다”며 충돌하면서 국가기관의 부실수사나 기관간 대립으로 개인이 받는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느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과거 강압수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 수사기관이 ‘조직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법무법인 영진의 이정석 변호사는 “국가권력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는데, 경찰과 검찰이 자기 조직의 우월성만을 내세워 갈등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억울한 피해자가 하루빨리 재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진상규명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30년 전 사건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주기 위해선 과거 서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재심을 청구한 윤씨 측도 이 상황을 무겁게 바라봤다. 윤씨의 재심 사건을 수임한 박준영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국면이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8차 사건이 검경의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세)양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불법체포와 가혹행위 등 과거 경찰의 불법 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엉뚱하게 범인으로 몰려 20년 간 옥살이를 한 윤씨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썼다”며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애꿎은 시민에게 누명을 씌워 옥살이를 시킨데 대해 반성은커녕 검경 양측이 자신들만 옳다는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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