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헌고에서 벌어진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특정 교사가 정치적 견해를 주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최모(18)군에게 최근 학교가 징계를 내리자 최군 측은 행정소송으로 맞불 방침을 밝혔다.
최군을 포함한 인헌고 일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생수호연합은 18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헌고 학교폭력위원회의 최군 징계 결정을 비난했다. 학생수호연합 언론 담당을 맡고 있다는 이모(25)씨는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징계 당사자인 최군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저는 정치교사들에 의해 그들의 사육장을 고발한 죄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됐다”며 “학교 측이 다른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게 독촉했다”고 주장했다. 최군은 징계에 불복해 교문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최군은 지난 10월 편향 교육 의혹 등을 폭로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 달리기 대회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 얼굴이 노출된 학생이 “영상을 내려달라”고 최군에게 요구했지만 최군은 모자이크 처리만 했다. 이 학생의 신고로 열린 학폭위는 최군에게 사회봉사 15시간과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등의 징계를 결정했다.
인헌고는 이 같은 징계가 학폭위원들의 회의를 거쳐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학교 폭력 사건 당사자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며 “교사 한 명이 학폭위에 들어갔지만 경찰과 학부모 위원이 다수라 학교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나 교장은 또 “추운 날씨에 농성에 돌입한 게 안타까워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그렇지만 농성을 한다고 징계가 철회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군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교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 일부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은 최군 발언 중간마다 “교육자가 아니다”거나 “학교가 무슨 수사기관이냐”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냐”고 외치며 환호했다.
기자회견으로 혼잡해진 학교 앞 골목에서 한 주민이 “뭐가 옳은지 알고는 나왔느냐”고 항의하자 보수단체 회원은 “집에서 설거지나 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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