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축구 홍콩ㆍ중국전 경비에 경찰 300명 동원
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 경기가 펼쳐진 경기장 안팎에는 관중보다 경찰이 더 많았다.
경기장을 찾은 홍콩 응원단은 150명, 중국 응원단은 20명에 불과했지만 경찰은 300명이 동원됐다. 국내 일반관중 130명 정도를 제외한 홍콩과 중국 양쪽 응원단은 170명 정도로 동원된 경찰 인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화 시위로 경색된 홍콩과 중국 관계 때문에 양 팀 응원단이 충돌할 우려가 높아 경찰 인력의 대거 투입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국제적 정세가 부산의 축구경기장에도 여파를 크게 미친 셈이었다. 경찰은 응원단이나 관중간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개 기동대뿐만 아니라 특공대까지 투입했다.
축구장 주변에 있던 한 시민은 “경찰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는데 홍콩과 중국 경기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는 오후 4시 15분부터 시작됐는데 “경기 중 정치적 발언이나 퍼포먼스는 자재해 달라”는 중국어 방송도 나왔다. 경기장 곳곳에는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들이 붙었다. 경기 주최 측은 경기장 안팎에 690명 가량의 안전요원도 배치했다.
경기 시작 전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는 동안 홍콩 응원단이 야유를 보내면서 운동장 반대 방향으로 일제히 돌아서서 자신들의 등을 보이는 행동은 했지만 과격하거나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는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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