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마카오를 찾았다. 20일 주권 반환 20주년을 맞아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모범사례인 마카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리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마카오로서는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젖을 만하지만, 인접한 홍콩이 민주화 시위로 진통을 겪는 터라 경계 수위를 대폭 높이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마카오는 안팎으로 검문검색이 대폭 강화됐다. 마카오와 홍콩,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를 잇는 세계 최장(55㎞) 강주아오(港珠澳) 해상대교에는 22일까지 다리 중간에 검문소가 설치됐다. 홍콩과 마카오를 운행하는 1시간 거리의 페리는 운항편수를 대폭 줄였고, 리조트가 밀집한 코타이 지역의 경전철은 아예 운행을 중단했다. 모든 차량과 승객에 대해 이중삼중의 검문을 하면서 유조차의 시내 진입이 금지될 것이라는 소문에 주유소들마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앞서 시 주석은 부주석이던 2009년 반환 10주년을 맞아 마카오를 찾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몰아쳤던 당시에는 한 가정집을 방문해 “어려운 시기에 한 배를 타고 함께 견뎌내자”며 ‘신뢰’를 부쩍 강조했다. 2014년 15주년 행사 때도 일반인 가족을 찾아 “편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기쁨이 넘치는 화합의 분위기를 느꼈다”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은 이날 공항에 도착해 “마카오 반환 이후 20년간 거둔 성과와 진보가 자랑스럽다”며 “철저하게 일국양제 방침을 관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마카오의 1인당 국민소득은 8만달러에 육박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홍콩은 반중 시위가 6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온갖 경제지표가 추락해 최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시위 우려로 연례 최대 축제인 12월 31일 밤 새해맞이 불꽃행사도 사상 처음 취소할 예정이다.
중국과 마카오의 방송에서는 뮤직비디오 ‘연꽃으로 한 집안을 이룬다(蓮成一家)’가, 홍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저항을 상징하는 ‘영광이 다시 오길(Glory to Hong Kong)’이 울려퍼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주의를 택한 홍콩은 주춤한 반면 중국을 선택한 마카오는 유례 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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