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엔] 제한속도 제각각… ‘위험존’ 된 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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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제한속도 제각각… ‘위험존’ 된 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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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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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기존의 스쿨존 관련 규정이 모호하고 안전 시설물의 설치 및 운영 또한 주먹구구식이어서 실질적인 어린이 안전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차량 제한속도만 해도 뚜렷한 기준이 없다 보니 지역 또는 도로 사정에 따라 시속 20~60㎞까지 제각각이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민식이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규의 정비가 시급하다. 사진 위부터 서울 구로구 오류남초, 고척초, 고산초, 강북구 미양초, 강남구 대곡초등학교 인근 스쿨존.
어린이보호구역에서조차 차량 소통이 우선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비가 내린 17일 오전 초등학교 2곳과 중ㆍ고등학교로 통하는 서울 광진구 자양로 39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차량을 피해 벽에 바짝 붙어 등교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통학로가 따로 설치돼 있지만 혼잡한 등교 시간 차량들이 점령하기 일쑤다. 이 같은 실태는 주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전 자양로 40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출근길 차량들이 통학로 구역을 차지한 채 줄지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17일 오전 8시 20분 ‘어린이보호구역’인 서울 광진구 자양로 39길 일대가 혼잡을 빚었다. 1차로 수준의 좁은 도로인데도 양방향 통행을 허용하다 보니 뒤엉킨 차량들이 길가의 ‘통학로’를 점령했고, 통학로를 빼앗긴 학생들은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한 등굣길을 재촉했다.

위험천만한 광경은 광진초등학교와 경복초, 선화예술중ㆍ고등학교가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서 매일 아침 반복된다. 학생들의 통학 안전 확보를 위해 학교와 학부모들이 한시적 일방통행과 통학로 방향 변경 등을 지자체에 요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광진초등학교 학교보안관 백모(67)씨는 “학교 보안관과 녹색어머니회가 등하굣길 교통 안전 지도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단속카메라와 횡단보도,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고발생 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어린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식이법의 실효성을 따지기 전에 어린이보호구역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규정이 모호한 데다 운전자의 인식 또한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서울 시내 어린이보호구역을 찾아 그 실태를 확인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제한속도는 시속 20~60km로 제각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어린이보호구역 전국 16,789곳 중 제한속도가 50km/h 이상인 곳은 501곳에 이른다.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오류남초등학교 인근 이면도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제한속도가 표시돼 있다.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산초 부근 왕복 6차로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제한속도가 표시돼 있다.
왕복 4차로인 강북구 솔샘로의 제한속도는 50km/h이다(위 사진). 솔샘로 일부 구간에 설정된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 또한 50km/h로, 주변과 차이가 없다. 어린이보호구역에 진입하더라도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도곡역과 대치역 구간 왕복 8차로 남부순환로의 제한속도는 60km/h이다(위 사진,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같은 도로에 설정된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 또한 60km/h이다.

#제한속도 제각각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행 제한속도를 30km/h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제각각이다. 장소에 따라 20~60km/h까지 다양한데,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대곡초등학교 앞 남부순환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60㎞다. 왕복 8차로인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어린이보호구역과 아닌 곳의 차이가 없다

왕복 6차로인 성북구 종암로, 왕복 4차로인 강북구 솔샘로, 구로구 경인로에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제한속도는 시속 50km다. 솔샘로가 지나는 어린이보호구역 역시 제한속도는 일반 도로와 같다. 같은 4차로라도 제한속도가 시속 40km 또는 30km인 곳도 있다. 폭이 좁은 이면도로나 왕복 2차로의 경우 시속 30km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시속 20km로 제한하는 곳도 있어 혼란을 준다.

이처럼 똑같은 어린이보호구역인데 제한속도가 제각각인 이유는 도로교통법상 ‘지자체장이 제한속도를 30km/h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는 도로 규모와 교통 흐름 등을 고려해 설정한다”며 “도심 제한속도를 줄이는 흐름에 맞춰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자기속도표시계’에 차량 속도가 표시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솔샘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자기속도표시계에 속도가 표시되고 있다. 자기속도표시계는 순간 속도만 표시할 뿐 단속 기능이 없어 감속 효과가 크지 않다.

#’단속만 피하면 그만’인 운전 문화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뿐 아니라 유치원 어린이집 주변, 학원 근처도 지정이 가능하다. 대부분이 교통표지나 노면표지 등으로 주의를 주고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운전문화가 팽배하다. 특히, 단속카메라가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운전자들이 아예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6일 종로구 청운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제한속도보다 20여㎞/h 이상 빠르게 달리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 의존이 심해지면서 각종 표지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을 위협한다. 21년 경력의 택시기사 안(66)모씨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내비게이션에서 안내가 나오긴 하지만 벌금과 관련 있는 과속, 신호 위반 등 단속 카메라에만 더 신경을 쓰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문제도 심각하다.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단속이 자주 이뤄지지 않는 곳은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이 경우 운전자 시야가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광진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에 소속돼 교통 안전 봉사활동을 하는 김은진(41)씨는 “학교가 바로 보이는 길이고,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표시까지 돼 있는데도 마구잡이로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심코 한 주차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일준 가천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단속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무조건 조심하는 운전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어린이보호구역 진입 시 내비게이션에서 지금보다 강한 경고 메시지를 표출하도록 해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윤소정 인턴기자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한 시민이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피해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오류남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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