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일하는 A씨는 사내 행사만 끝나면 술자리에 끌려가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오후 11시가 넘었는데 3차까지 회식을 강요하는 부서장에 몸이 안 좋아서 안되겠다고 말하고 빠져 나왔지만, 회식자리로 돌아오라는 직원들의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A씨는 “회식 때문에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계약직 노동자인 B씨는 관리소장에게 “회식에 불참하면 내년 재계약은 없다”는 협박까지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도 올랐으니 술을 사라고도 하는데, 재계약 문제 등이 두려워 결국 B씨는 원치 않는 회식 비용까지 부담했다.
18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회식 관련 갑질 제보가 23건이 있었다. A씨 등의 사례처럼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하면 따돌림 등 불이익을 주거나 단합대회에서 장기자랑을 강요한 내용 등이다. 지난 10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회사에서 원하지 않는 회식 문화(음주, 노래방 등)를 강요한다’는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30.3점)이 전년도(40.2점)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사업장에 잘못된 회식 문화가 남아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그 배경에는 회식에 대한 직급ㆍ연령별 인식차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직장인 1,000명 대상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 조사를 보면 ‘회식이나 단합대회에서 분위기를 띄우려면 직원들의 공연이나 장기자랑이 있어야 한다’거나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 등의 항목에 대한 응답지수가 50대 이상에서 20대보다 10점 이상 높았는데, 이는 전체 감수성 지수 항목에서 보인 격차(3.10점)의 3배가 넘는 차이다. 다른 문화보다도 회식과 관련한 연령별 인식 차가 크다는 설명이다.
직장갑질119는 “음주ㆍ흡연 강요는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에도 명시된 명백한 괴롭힘”이라며 직장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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