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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고 공정위 조사 방해까지…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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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고 공정위 조사 방해까지…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

입력
2019.12.18 15:44
수정
2019.12.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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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황 어렵다”며 부품 단가 10% 일률 삭감

작업 물량 조작해 원가보다 낮은 대금 지급도

공정거래위원회 윤수현 기업거래정책국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대중공업 및 한국조선해양의 선시공 후계약, 부당 대금결정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윤수현 기업거래정책국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대중공업 및 한국조선해양의 선시공 후계약, 부당 대금결정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도급 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 기준 역대 최대인 2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경영 상황을 이유로 대금을 일률적으로 깎았고, 심지어 제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 부서의 컴퓨터와 저장장치를 바꾸는 등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에 선박ㆍ해양플랜트ㆍ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시정명령과 법인 고발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또 한국조선해양에 조사 방해 혐의를 물어 과태료(법인 1억원, 임직원 2,500만원)도 함께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사 진행 중 분사가 진행돼 고발 조치와 과징금이 각각 존속회사(한국조선해양)와 신설회사(현대중공업)에 따로 매겨졌다. 현대중공업에 내려진 과징금은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에 부과한 과징금(108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도급법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 12월 선박 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2016년 상반기에 일률적으로 단가 10%를 깎아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고, 이듬해 상반기 48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총 51억원을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각각의 업체가 납품하는 품목이 다 다르고, 거래 규모, 경영 상황 등도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같은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것은 하도급법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윤수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하도급법에 일률적인 단가 인하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해서 이 행위가 부당하지 않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사내 하도급업체에게 제조원가보다 낮은 단가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혐의도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6~18년 1,785건의 추가공사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위탁 당시에는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않았다가 작업 진행 이후 낮은 제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사내 하도급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할 때는 단위노동시간당 작업물량을 의미하는 ‘공수(Man-Hour)’에 계약단가를 곱해 대금(인건비)을 산정한다. 현대중공업이 공수를 임의로 삭감해 하도급 대금을 줄였다는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생산 부서에서는 해당 공사와 관련해 총 84만6,655공수를 요청했지만 예산부서는 4분의 1 수준인 21만4,432공수만 인정했고, 이를 통해 제조원가보다 46억원을 덜 지급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밖에 2014~18년 207개 하도급업체에 4만8,529건의 선박ㆍ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 하도급 대금 등이 쓰여진 서면계약서를 최대 416일(1건당 평균 9.4일) 늦게 발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공정위 현장조사가 진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에는 자료를 은닉해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컴퓨터 101대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273개를 교체하고, 중요 자료는 사내망의 공유폴더와 외부 저장장치에 숨겼다.

이런 사실은 공정위가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록을 확보하면서 밝혀졌다. 대화록에는 ‘공정위 조사가 나오니 빠르게 PC를 바꿔야 한다’ ‘다음주쯤이면 조사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윗분들이 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컴퓨터를 교체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윤 국장은 “폭언, 폭행 등 물리적 형태의 조사 방해가 이뤄지면 형벌 부과가 가능하지만 조사 직전 저장장치를 교체해 은닉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방해한 혐의는 하도급법상 과태료 부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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