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베트남 축구의 파급 효과
지난 11일 필리핀에서 막을 내린 동남아시안경기대회(Southeast Asian GamesㆍSEA게임)에서 베트남은 98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주최국 필리핀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자국에서 열린 2003년 대회 당시 우승(금메달 158개)을 제외하면 최고 성적이다. 43개 종목에 590명을 출전시킨 베트남의 당초 목표는 금메달 65~70개와 종합 3위였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축구를 포함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금메달 수만 해도 직전 싱가포르 대회(2017년, 58개)보다 40개가 늘었다.
베트남이 획득한 금메달은 육상 16개, 레슬링 12개, 수영 11개 등이다. 특히 수영에서는 지난 대회에서 혼자 8개의 금메달을 건져 올렸던 응우옌 티 안 비엔(23) 선수가 이번에도 금메달 6개를 목에 걸었다. 그간 남자축구의 인기에 가려져 있었던 여자축구도 2연패를 달성하면서 대회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유독 이 대회와 인연이 없던 남자축구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대회 폐막 후 베트남을 보는 참가국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맹주임을 자부하는 태국은 금메달 92개로 베트남에 밀리자 극도의 경계심을 표하기도 했다. 태국의 스포츠 매체인 시암스포츠는 ‘베트남에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태국은 1,000명의 선수를 보내고도 600명을 참가시킨 베트남보다 6개 적은 금메달을 땄다”며 “항상 태국 뒤에 있던 베트남이 태국을 뛰어넘은 이번 대회는 태국의 스포츠 역사상 가장 실패한 대회”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다음달부터 맡게 되는 2020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과 함께 유엔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외교무대를 누비기에 앞서 높은 경제성장률 외에도 ‘스포츠 강국’이라는 탄탄한 발판 하나를 더 마련했다. 베트남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성취는 내년에 베트남이 세계 무대에서 외교활동을 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트남은 정치적 안정과 연 7% 수준의 경제성장으로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아세안 후발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C), 라오스(L), 미얀마(M)와 함께 묶여 ‘CLMV’로 통칭됐지만 지금은 이 그룹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의 행정체계 연구 권위자인 호주 캔버라 뉴사우스웨일즈대의 마크 터너 명예교수는 “베트남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체육 등 모든 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CLMV는 이제 CLM으로만 불리거나 ‘CLM + V’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