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를 바라본 이들의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피로감이다. 대중에게 음악이 아닌 혐의로 피로함을 준 피의자들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이어진 버닝썬 게이트, 단톡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멤버들, 마약 혐의를 받는 아이돌들, 성추문에 휩싸인 가수들은 K-POP의 그림자를 보여주며 가요계에서 퇴출됐다.
▶ 버닝썬
빅뱅 출신 승리(본명 이승현)가 사내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의 폭행 사건, 마약 유통 의혹, 성범죄 의혹 등이 연이어 충격을 안겼고, 결국 승리는 3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은퇴는 면죄부가 아니었다. 승리는 여러 차례의 경찰 조사 끝에 성매매 및 성매매 알선,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6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그 뿐만 아니라 과거 원정 도박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승리는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프로듀서 양현석과 함께 지난달 상습도박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 단톡방
승리의 의혹이 이어지던 3월 정준영이 과거 승리, 최종훈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외에서 예능 촬영 중 급히 귀국한 정준영은 구속됐고, 단톡방 참여자로 승리, 최종훈, 로이킴, 에디킴, 용준형, 이종현 등이 언급됐다. 이들은 모두 해당 논란 이후 연예 활동을 중단 중이다.
이들 중 정준영과 최종훈의 또 하나의 혐의는 집단 성폭행(특수준강간)이다. 집단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준영과 최종훈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부인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지난달 29일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했다. 다만 두 사람과 검찰 측이 모두 항소에 따라 항소심이 예정돼 있다.
▶ 마약
대중에게 배신감을 안긴 또 하나의 논란은 마약 혐의였다. 박유천은 올해 초 전 연인 황하나 씨와 함께, 지난해 여름엔 혼자서 등 총 7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4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부인한 박유천은 결국 구속됐고, 같은 달 29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이후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자숙의 뜻을 보인 박유천은 7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이후 박유천의 근황은 본인 또는 친동생 박유환의 SNS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아이콘 출신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과거 마약 구매 의혹은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다. 비아이가 지난 2016년 대마초를 구입 및 흡연하려 했다는 의혹은 6월 알려졌고, 당시 아이콘을 탈퇴한 비아이는 9월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비아이는 조사에서 의혹을 일부 인정하며 피의자로 전환, 거짓 해명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양현석은 2016년 당시 비아이의 지인 A씨를 회유·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6월 YG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직위에서 사퇴한 양현석은 이후 협박, 업무상 배임, 범인도피 교사죄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됐고, 지난달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부분은 여전히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성추문
YG 전체의 위기까지 가져온 올해 양현석의 또 다른 의혹 중 하나는 성 접대였다. 5월 MBC '스트레이트' 측은 양현석이 지난 2014년 외국인 재력가와 만날 때 사실상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경찰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밤샘 소환 조사를 진행하던 중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은 "성매매 정황을 뒷받침할 만할 진술이나 물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9월 불기소의견(혐의없음)으로 양현석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양현석과 유흥업소 관계자, 동남아 재력가를 무혐의 처분했다.
아직 의혹이지만 최근에는 김건모가 성폭행으로 피소됐다. 과거 유흥업소에서 김건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A씨는 지난 9일 김건모를 형사 고소했고, 김건모 소속사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A씨를 무고로 맞고소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김건모는 내년 2월까지 예정하고 있던 전국투어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김건모가 최근 피아니스트 장지연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내년 5월 결혼식을 앞둔 상황이라, 이번 성폭행 의혹과 김건모 측의 반박 및 향후 수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독 다사다난했던 올해 가요계가 마무리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탓에 대중 역시 피로감을 호소했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고, 진실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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