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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결국 ‘빈손 출국’… 北,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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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결국 ‘빈손 출국’… 北,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

입력
2019.12.17 20: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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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北, 실망시키지 말라” 경고 

방한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접촉을 염두에 두고 방한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사실상 빈손으로 한국을 떠났다. 2박 3일 동안 북한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실망시키지 말라”고 거듭 경고하며 강경 행보를 말렸다. 가급적 자극을 피하고 달래보려는 기색이다.

15일 입국, 문재인 대통령 예방과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북핵 협상 관련 협의 같은 주요 일정을 이미 전날 모두 소화한 비건 대표의 이날 일정에는 별게 없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를 만나고 관계 기관을 방문한 뒤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와 오찬 회동을 한 다음 출국 직전 연세대에서 비공개 강연을 한 게 전부다.

추가 제시된 대북 인센티브는 없다. 전날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뒤 이례적으로 자청한 브리핑룸 회견을 통해 비건 대표가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와 어떻게 접촉할지를 알고 있다”며 북한에 회동을 공개 제안하기는 했다. 하지만 새로운 ‘선물 보따리’를 푸는 대신 “타당한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북한과 균형된 합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데 그쳤다. ‘타당한 단계(feasible step)’라는 표현이 새롭기는 하나 북한을 끌어내기엔 일단 역부족이었다. 제재나 한미 연합 군사연습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돼야 비핵화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북한의 방침이지만 한미는 일단 나와서 이야기하자는 입장이다.

때문인지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이날 오후 3시쯤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김포공항에 나타난 비건 대표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출국했다. 공항행(行) 차량에 동승한 이 본부장도 출발 직전 연세대에서 기자들에게 “비건 대표의 공식 메시지에 상응하는 공식 회신은 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까지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분위기가 호전되지도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파국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상황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강하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이 목표인 트럼프 대통령이 악재를 바라지 않는다. 16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두 차례 한 북한에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경고 수위가 예전만 못하다.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트윗으로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걸 잃을 것”이라고 협박했던 그다. 모든 게 불확실한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부쩍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에 주력하는 것 같은 북한의 최근 동향 역시 협상의 교착이 반드시 강 대 강 충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외교 소식통은 “기대만큼 대북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은 데에는 북중 접경 밀무역 방치, 소극적 북한 노동자 송환 등으로 중국이 뚫어준 뒷구멍 탓이 크다”며 “당분간 내핍(耐乏)할 수 있다는 게 북한 판단일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19일까지 일본에 머물며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과 만날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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