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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시간 감금ㆍ고문… ‘이춘재 8차 사건’ 경찰ㆍ검사 등 무더기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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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시간 감금ㆍ고문… ‘이춘재 8차 사건’ 경찰ㆍ검사 등 무더기 입건

입력
2019.12.17 17:53
수정
2019.12.17 21:5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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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재 대신 옥살이한 윤모씨 

 국과수 체모분석 결과도 ‘오류’ 

 공소시효 지나 관련자 처벌 못해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과 그의 몽타주.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과 그의 몽타주.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수사가 은폐와 조작으로 점철된 엉터리 수사였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당시 경찰들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7일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형사계장 A씨 등 경찰 6명을 직권남용 체포ㆍ감금,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과장 B씨와 담당 검사 C씨 등 2명도 직권남용 체포 및 불법 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윤씨의 임의동행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다. C씨 등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1988년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특정돼 옥살이까지 한 윤모(52)씨를 수사하면서 당시 경찰이 윤씨를 불법적으로 체포ㆍ감금하고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 왔다.

검찰도 당시 수사관들로부터 8차 사건 발생 직후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붙잡아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재판 중에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2009년 풀려난 윤씨는 이후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최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번에 입건된 경찰들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와 별개로 윤씨를 8차 사건 범인으로 특정하는 데 결정적 증거였던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서’에 대한 중대한 오류도 발견됐다.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결과 분석 데이터가 매우 적었고, 단순히 두 시료의 원소별 수치 비교 만으로 동일성을 판단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윤씨의 체모 원소 값이 1차와 2차 결과가 있지만 현장 체모와 더 유사한 1차분만 적용해 동일인이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윤씨를 염두에 두고 분석 결과를 취사선택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은 ‘오류’가 아닌 ‘조작’이라고 경찰 발표를 반박했다. 검찰은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의 체모에 대한 감정서에 엉뚱한 시료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것처럼 감정서를 허위 작성했다”고 밝혔다.

진범 논란이 벌어지는 8차 사건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체모)가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 중인 것도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향후 이 체모를 국과수에 유전자(DNA) 분석을 맡겨 이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미수)사건도 그의 범행으로 판단, 그를 추가 입건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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