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여중생 친구를 살해한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잇달아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신숙희 전휴재 이의영)는 17일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40%까지 인정, 부모에게 2억4,000만원(지연이자 별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배상 책임 비율을 30%(약 1억8,000여만원)만 인정한 1심 재판부보다 국가의 책임을 더 무겁게 본 것이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딸의 친구인 A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추행하고 살해한 뒤 강원의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A양의 유족들은 “A양이 사망하기 13시간 전에 실종신고를 했으나 경찰의 초동 대응이 미흡해 A양이 죽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경찰관들은 A양의 최종 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코드1(최우선적으로 출동해야 하는 신고) 출동 지령을 받은 중랑서 여성ㆍ청소년 수사팀도 후순위 업무들을 처리하다 사건 발생 3시간 뒤에야 지구대에 가서 약 2분간 수색상황만 물었다.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은 경찰 자체 감찰에서도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위법행위(초동대응 미비)가 없었다면 이영학은 A양을 살해하기 전 자신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A양 사망에 경찰 또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지능적 면모를 보였던 이영학의 특성상 경찰 추적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면 A양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A양을 살해한 이영학의 무기징역형을 확정 선고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