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임명 동의, 野 협조 없인 불가… 與, 한국당 또는 4+1과 손 잡아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과 맞물린 국회 정상화의 변수로 떠올랐다.
총리는 다른 국무위원과 달리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 동의 표결 절차가 필요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때와 달리 야당 협조가 없으면 임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총리 임명 동의안은 ‘재적 의원(295명) 과반수 이상 출석과, 재석 의원 과반수 이상’ 찬성이 필요해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129석) 만으론 통과가 어렵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도출을 놓고 갈등을 빚는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나 자유한국당 중 어느 한쪽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 시간은 한국당 편이다. 소관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는 장관 후보자들과 달리 총리는 별도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대치를 이유로 특위 구성부터 시간을 끌 수 있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이후 20일 내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지만 의무 조항도 아니다. 특히 본회의에서 정 후보자 인준 찬반 투표를 꼭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서둘러야 한다. 차기 총리 임명이 내년 1월 16일(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 이후로 넘어갈 경우 당내 사정이 복잡해진다. 이낙연 현 총리의 ‘총선 역할론’을 기대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 시점까지 정 후보자 국회 인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총리 지역구 출마가 불투명해진다. 이 총리가 시한 내에 총리직을 내려놓고 경제부총리가 대행체제를 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여권 입장에선 ‘총리 공백 사태’라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총리 인준 일정이 엮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을 꿰뚫고 있는 한국당은 총리 인준을 조건으로 선거법 개정안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카드’에 맞선 민주당의 ‘쪼개기 임시국회 전략’ 철회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17일 “정기(30일) 회기가 아닌 3, 4일짜리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면 총리 청문회 절차가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문회는 회기와 상관 없이 진행되지만 인준 투표를 하려면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본회의는 회기 중에만 열 수 있어서다.
한국당은 정 후보자 지명부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희경 대변인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국회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의 하수인으로 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에 가서 굽신거리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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