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마땐 황교안과 격돌 가능성… 비례대표로 총선 간판 나설 수도
무주공산이 된 서울 종로에 투입할까, 비례대표로 선거 간판을 맡길까.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으로 당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이낙연 총리 ‘활용법’을 고민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선 이 총리를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격전지에 출마해 당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색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선거제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든다는 것도 이 총리의 ‘지역구 투입론’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여권이 한 박자 빨리 총리를 교체한 것도 이 총리의 종로 출마 카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기한인 내년 1월 16일까지 총리가 교체되지 않으면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총리 교체를 발표하며 “(이 총리도) 자기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 이 총리와 ‘빅 매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다.
변수는 총리 인준 절차다. 총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인준될 수 있다. 내년 1월 16일까지 정 후보자 인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도 성사될 수 없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 총리가 비례대표로 나가 지역구에 얽매이지 말고 전국을 누비는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리저리 상처를 입은 것도 이 총리의 ‘총선 간판론’에 힘을 싣는 요소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세력이 약한 이 총리가 선거를 총괄해 원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라고 했다.
당 주류의 견제를 피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이 총리의 고민이다. 이 총리도 이날 소감 발표에서 향후 행보와 관련 “당의 생각도 있어야 하고, 후임 총리 임명 과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 관계자는 “총리 인사청문회 결과와 당내 역학구도, 야당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본 뒤 이 대표의 행보가 결정되지 않겠냐”라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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