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0년 전에도 일회용 컵은 있었습니다. 단지 재료가 달랐을 뿐이죠.”
기원전(BC) 1700~1600년 지중해 크레타섬에서 사용되던 점토 컵이 대영박물관에 전시된다. 그 옆엔 1990년대 제작되기 시작해 기내와 공항에서 사용된 에어인디아의 종이컵이 나란히 놓인다.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에 대해 고찰하는 의미에서 기획된 전시회의 작품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 방송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쓰레기에 대해 고찰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손잡이가 없는 단순한 모양의 점토 컵은 그리스의 크레타섬에 살던 미노아인들이 와인을 마시는 일회용 잔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 주최 측은 연회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컵 수천 점이 크레타섬 유적지들과 크노소스 궁전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줄리아 팔리 큐레이터는 기자회견에서 “지역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자랑하려고 큰 연회를 열고 거기서 사용한 것 같다”며 “오늘날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였겠지만 누구도 설거지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600년 전에도 미노아인들은 ‘설거지를 하기 싫다’는 오늘날 우리와 같은 이유로 일회용 잔을 사용했다. 유일한 차이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오늘날의 종이나 플라스틱처럼 점토는 구하기 쉽고 싸고 모양을 만들기 쉬웠다는 것이다. 팔리 큐레이터는 “(고고학자들은) 미노아인들이 사용한 수천 개의 일회용 잔을 발견했고 그것도 많은 양이라 할 수 있지만, 오늘날 우리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0억개의 종이컵을 쓰레기로 배출해 낸다”고 말했다. BBC는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고 옷을 입는 등 항상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동물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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