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리그가 인종차별 근절 캠페인의 일환으로 본부에 원숭이 그림을 내걸자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 유색인종 선수에 대한 차별행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게 바로 원숭이 흉내내기이기 때문이다.
세리에A는 16일(현지시간) 밀라노의 리그본부 건물 내에 마련한 인종차별 근절 캠페인 공간에 원숭이를 묘사한 그림 세 점을 걸었다. 세리에A는 “통합과 다문화주의, 형제애를 확산시키기 위해 선택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장 내 유색인종 선수 차별행위의 대표적인 행동이 원숭이를 흉내내거나 연호하는 것이란 점에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세리에A 측의 조치가 전해진 뒤 시민단체인 ‘유럽축구 인종차별 반대(FARE)’는 트위터에서 “이탈리아 축구가 또 한번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면서 “매주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대해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세리에A가 역겨운 농담 같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맹비난했다.
전 세계 축구 팬과 언론은 물론 선수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영국 여자프로축구클럽 첼시의 수비수 아니타 아산테는 “의뢰한 작품을 보고 결재한 사람은 대체 몇 명이냐”고 따져 물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스탠 콜리모어는 “마지막 마무리로 마스코트도 검게 칠하지 그러냐”고 쏘아붙였다.
문제의 그림을 그린 이탈리아 예술가 시모네 푸가초토는 “인간에 대한 비유로 원숭이를 택했을 뿐”이라며 “원래 우리는 모두 원숭이이기 때문에 서양 원숭이, 아시아 원숭이, 검은 원숭이를 그렸다”고 항변했다. 그는 인터밀란과 나폴리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세네갈 출신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를 향해 원숭이를 연호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논란에도 전시는 계속될 예정이다. 루이지 데 시에르보 세리에A 회장은 “시모네의 작품에는 축구의 페어플레이와 관용의 정신이 온전하게 반영됐다”며 “우리는 본부에 그림을 계속 걸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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