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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외과 후 6년째 군의관…장병 팔 붙인 이국종 제자의 남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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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외과 후 6년째 군의관…장병 팔 붙인 이국종 제자의 남다른 길

입력
2019.12.18 04:40
수정
2019.12.18 08:0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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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펜실베이니아주립대서 공부 후 

 군의관으로 6년째 장기복무 중 

 이국종 외상전문의와 인연도 

 “군인 치료 더 시급하다 생각해 선택” 

이호준 소령(국군외상센터 외상진료팀장). 국군수도병원 제공
이호준 소령(국군외상센터 외상진료팀장). 국군수도병원 제공

“부자(父子) 모두 의사이지만 돈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집안 내력입니다. 아버지는 항공의학을 전공했고, 저는 군의관으로 일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왼팔 절단 위기에 처한 장병에게 접합수술을 집도해 성공시킨 이호준(38) 소령(국군외상센터 진료팀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6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항공부대에서 후진하던 유조차량이 후미 차량과 충돌하는 것을 왼팔로 막다가 팔 전체가 차량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뼈와 근육, 혈관이 모두 끊어진 김모(21) 상병의 왼팔을 절단하지 않고 이어 붙이는 데 성공했다.

이 소령은 2017년 ‘환태평양 외상학회’에서 주최한 학술행사에서 만난 미국 예비역 장교가 알려준 ‘수액줄’ 치료법을 사용해 김 상병의 끊어진 혈관 3개를 연결했다. 수액줄을 혈관에 삽입하면 끊어진 혈관을 이어 붙이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혈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 소령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완치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신경회복 여부는 1년 정도 지켜봐야 하지만, 김 상병은 수술 후 팔의 일부 감각이 돌아오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이 소령은 그러나 이번 수술 성공의 모든 공을 동료 의료진들에게 돌렸다. 그는 “사고 당시 현장 군의관이 지혈을 통해 출혈을 최소화했고, 신속히 헬기가 출동해 수술이 가능했다”며 “12시간이 넘는 수술에 동참한 여러 전문의들의 빠른 판단과 노력은 물론 민간병원에 파견 중인 간호장교가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실로 달려오는 등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소령은 수가는 낮은데 업무강도는 높아 비인기 전공인 외상외과를 선택한 것으로도 모자라 군의관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의사이다. 그는 항공의학 전공을 위해 미국유학을 선택한 아버지를 따라 15세 때부터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의예과에 입학했다가 군복무 때문에 2002년 귀국한 그는 인제대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외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2014년 육군에 입대해 군의관을 지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제복 입은 군인들이 지나가면 ‘감사하다’며 존경을 표한다”며 “외과 전문의가 되면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입대하고 나서 다른 나라 사람보다 우리 군인들을 치료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군의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외상 전문의로 통하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인연을 맺은 것도 군의관이 된 후였다. 이 소령은 2017년 3월~올해 2월말까지 이 교수와 함께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환자들을 치료했다. 2017년 공공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이 교수와 함께 살려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골든아워’에서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이 소령이 의무 복무기간이 지나고도 스스로 장기복무를 지원한 것이 존경스러웠고, 외상외과 수련도 본인이 지원했다”며 이 소령을 높게 평가했다.

국군 의무사령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외상치료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치료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호성 국군수도병원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현재 장기복무 군의관들이 아주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센터에 파견돼 교육을 받고 있다”며 “이들 자원들을 활용해 내년 3월 국군수도병원에서 문을 여는 외상센터에서 군인은 물론 민간인들까지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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