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7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당 대표급 지도자들에게 ‘전략적 지역’ 출마를 권고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에 맞춰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이완구 전 총리 등 당내 유력 인사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험지 출마를 권한 셈이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략적 거점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에 빼앗겼지만 한국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중량감 있는 한국당 주자가 나서면 역전을 노려볼 만한 지역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고 대상인 ‘지도자급 인사’와 관련해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저희가 말한 부분이 어느 분들께 해당하는지 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보수텃밭’인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혹은 대구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이완구 전 총리는 세종과 충남 천안갑, 홍성ㆍ예산으로 출마지가 좁혀졌다. 김태호 전 지사는 이날 경남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반면, 김병준 전 위원장은 지난달 대구 수성갑 대신 당 안팎에서 권고하는 험지에 가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황교안 현 대표는 험지 출마 권유를 모호하게 비껴갔다. 이 의원은 ‘지금 대표나 지도부도 권고 대상에 해당되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황 대표가) 기준에 해당하면 (추후 발족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이 같은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양지만 쫓던 사람들이 숨어서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받아 쳤다. 그는 “나는 당이 어려울 때마다 앞장서서 대여 전사를 해왔고 지난 탄핵 대선 때는 궤멸 직전의 당을 살리기도 했다”며 차기 대선 승리를 목표로 내년 1월 중순에 자신의 출마지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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