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디 따돌리고 매닝 넘으며 NFL 통산 최다 터치다운 패스 신기록 작성


‘패스의 신’ 드류 브리스(40ㆍ뉴올리언스 세인츠)가 미국프로풋볼(NFL)의 역사를 새로 썼다. 톰 브래디(42ㆍ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전설’ 페이튼 매닝(43ㆍ은퇴)이 보유한 역대 통산 최다 터치다운 패스 기록을 먼저 넘어섰다.
브리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 벤츠 슈퍼돔에서 열린 2019~20 NFL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홈 경기에서 NFL 최다 터치다운 패스 기록을 수립했다. 이날 4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추가하며 팀의 34-7 승리를 이끈 브리스는 19시즌 동안 총 541회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 매닝(539회)을 넘어섰다.
매닝의 기록을 누가 먼저 넘어설지가 이번 시즌 NFL의 주요 관심사였다. 결국 주인공은 브리스였다. 브리스는 이번 시즌 ‘뉴잉글랜드의 심장’ 브래디와 치열한 터치다운 패스 경쟁을 펼쳤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5경기에 결장하며 신기록 작성을 브래디에게 넘겨줄 뻔했다. 하지만 브래디가 15일 신시내티전에서 2개의 터치다운 패스에 그치며 538회를 기록, 브리스가 막판 경쟁에서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브리스에게 4번의 터치다운 패스를 헌납하며 신기록 작성의 상대가 된 콜츠는 매닝이 현역 시절 13시즌 동안 활약했던 팀이다. 브리스는 매닝의 친정팀을 상대로 매닝의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지난해 매닝이 보유했던 최다 패싱야드 기록도 깼던 브리스는 다시 한 번 기록을 뺏어오며 전설을 넘어선 전설이 됐다.

브리스는 ‘세기의 라이벌’이었던 매닝과 브래디에 가려졌지만, NFL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명 쿼터백이다. 이번에 가져온 NFL 역대 최다 터치다운 패스를 비롯해 최다 컴플리션(전방 패스), 최다 패싱야드까지 쿼터백에게 가장 중요한 패스 관련 기록은 모두 브리스가 가지고 있다. 커리어 컴플리션 성공률, 단일시즌 컴플리션 성공률도 역대 최고다. 사실상의 ‘히든 보스’다. 매닝, 브래디와의 역대 최고선수(GOAT) 논쟁도 더욱 더 불이 붙을 전망이다.
브리스의 성공은 순탄치 않은 역경을 극복해온 것이기에 더 값지다.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차저스에 2라운드 전체 32순위 지명을 받았다. 190cm 중반의 거구인 매닝과 브래디와 달리 183cm의 작은 체구 덕에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덩치가 큰 수비수들을 뚫고 패스를 날려야 하는 쿼터백에게 높은 시야, 높은 타점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5년 쿼터백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하며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랬던 브리스가 2006년 뉴올리언스와 만나며 ‘역대급’ 쿼터백으로 올라섰다. 재활 끝에 부상을 극복했고, 유도미사일 같은 정확한 패스로 상대적으로 작은 키를 이겨냈다. 뉴올리언스에겐 매닝과 브래디처럼 정상급 리시버가 없었지만, 브리스는 리시버가 누구든 상관 없이 신기에 가까운 패스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꿰찼다.
실력뿐만이 아니다. 브리스는 뉴올리언스를 넘어 NFL 팬들의 사랑과 존경을 독차지 하는 선수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 시민들에게 슈퍼볼 우승을 약속했던 브리스는 2010년 그 약속을 지켰다. 만년 하위팀에 구단 역사상 최초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안기며 상처 받은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직접 피해 복구에 나서기도, 자선 재단을 통해 지역 사회 발전에 지금까지도 큰 힘을 쏟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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