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발인식이 1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소박한 장례를 바랐던 고인의 뜻에 따라 별도의 영결식 없이 유가족들과 친인척, 일부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LG그룹에 따르면 이날 발인식에는 상주인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LG 고문, 사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손자 구광모 LG 회장 등 직계가족과 구자열 LS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등 범 LG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돈 관계인 GS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은 물론, 권영수 LG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LG그룹 사장단도 자리를 지켰다.
30여분간 진행된 발인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추도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추도사를 맡은 이문호 LG공익재단 이사장은 “회장님은 곧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쓰신 분이요, LG의 역사였다”며 “LG의 20만 임직원이 가슴에 새기고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이 바로 회장님의 경영 사상이었다”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어 “LG 회장으로 계실 때 공장과 연구 현장에 가시길 즐기시고 현장의 사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말씀하시며 너털웃음을 나누시던 큰형님 같은 경영인”이라며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큰 별”이라고 추모했다.
발인식이 끝난 뒤 구 명예회장의 친손자가 빈소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나왔다. 그 뒤를 직계가족 30여명이 뒤따르며 발인장으로 이동했다. 운구차에 구 명예회장이 잠든 관을 실을 때 손자인 구광모 회장 등은 묵념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발인식은 끝났다. 운구차는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는 주요 장소에 들르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곧바로 화장장으로 떠났다. 장지는 비공개다.
14일 숙환으로 별세한 구 명예회장은 LG그룹의 2대 회장으로 25년 재임기간 동안 LG의 매출을 260억원에서 30조원대로 약 1,150배 성장시킨 입지적인 인물이다.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강토소국(疆土小國) 기술대국(技術大國)’ 경영신념은 현재 LG그룹의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분의 기틀을 마련하는 토대가 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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