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ㆍ해산물 금수 해제, 남북 철도협력 허용도 포함
美국무부 “시기상조” 경고… 中 다자협의 재가동 노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그간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중러 양국이 이를 공식 안건으로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현실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와 6자회담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이날 새벽 제출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자체 입수한 초안을 인용해 양국의 6자회담 제안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초안에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를 달성하기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나 다른 유사한 형식의 다자 협의를 재가동할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미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다자 틀로 확대해 중러 양국의 참여 기회를 만들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섬유와 해산물 등 일부 품목의 수출 금지를 해제하고 올해 말까지 이행토록 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송환 규정도 해제할 것을 제안했다. 초안에는 특히 남북 간 철도ㆍ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에서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러의 제안은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회람됐으며 17일부터 내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조치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한해 대북제재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중러 양국은 지난 11일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문제삼아 개최를 요구한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펴며 미국을 압박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 두 나라가 대북제재 일부 해제안을 제출했지만 실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안보리에서 해당 결의가 채택되기 위해선 5개 상임이사국 모두가 찬성한 가운데 15개 상임ㆍ비상임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이날 “지금은 유엔 안보리가 성급한 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며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미 국무부는 “북한은 도발 확대를 위협하고 있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있으며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ㆍ향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이사국들도 여전히 대북제재에 있어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해제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 체제에는 상당한 균열이 예상된다. 당장 오는 22일까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해야 하지만 핵심 대상국인 중국ㆍ러시아가 이를 이행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연말을 기점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이탈하면 미국과 중러 간 책임론 공방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미 국무부는 대북제재 해제 반대 입장을 내면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이 도발을 피하고 안보리 결의 의무를 준수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통일된 목소리로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중러 양국의 대북 공조 이탈 가능성에 대해 서둘러 경고를 한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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