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불공정 행위에 대해 많은 주체들이 정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가요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사재기 수법으로 대표되는 음원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다. 언제부턴가 신인 가수의 1위 곡이나 역주행을 기록한 노래에는 축하가 아닌 의문이 따라붙었다. 음원 사재기는 많은 이들이 짐작하지만 자정이나 근절이 어려운 행위로 인식됐고, 올해는 이 같은 의혹 자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경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부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은 각자의 소속사를 통해 "사재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했다. 특히 바이브 측은 음악 산업 단체, 플랫폼,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조사를 요청해둔 상황이다.
의혹을 제기한 박경도, 의혹을 해소하려는 바이브를 비롯한 가수들도 목적은 같다. 명예훼손 건으로 인한 대립과 별개로 양측 모두 음원 사재기 근절을 바라고 있다. 이에 박경 측은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바이브 측 또한 "가요계 불신을 조장하는 음원 사재기는 뿌리 뽑혀야 한다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고 각각 당부했다.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최근 가수와 기획사 뿐만 아니라 여러 가요계의 주체들이 음원 사재기 근절을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먼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은 지난달 22일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고 자율적인 자정 및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목적은 대중의 신뢰 회복에 있다. 많은 리스너들이 음원 차트에서 느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공정 행위 근절을 든 것이다.
다만 윤리강령 선포는 캠페인의 성격이 크고 강제성이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관공서들의 지원이다. 콘텐츠진흥원 콘텐츠공정상생센터는 지난 8월 음원·반 사재기 신고 창구를 개설했다. 아직 시작 단계긴 하지만, 필요시 수사기관인 경찰·검찰에 신고·고발하는 단계까지 절차로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주기 충분하다.
많은 관계자들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 건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등 음원 사이트로 잘 알려진 플랫폼들의 협조다. 실시간 차트 폐지론까지 대두되는 상황 속 플랫폼들도 공신력을 위한 다각도의 고민을 하고 있다.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 이용자들에게도 차트 반영 기준을 공개하며 투명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음원 사재기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선이 플랫폼들에 요구되고 있는데, 이 부분 또한 차트 개편의 한 갈래로 지속적인 논의를 거치고 있다.
외에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등 최선의 방법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대책이 현실화되는 건 이상적인 일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을 주목하는 이유는 음원 사재기 근절이 공동의 목표라는 것을 모두에게 더욱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선택과 사랑으로 완성되는 대중음악이 진정한 의미를 계속 지켜가기 위해선 음원 사재기를 비롯한 불공정 행위의 근절이 절실하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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