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 6월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회동’ 전날 판문점에서 직접 확성기를 통해 북한에 회동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과 직접 연락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17일자 평양발 기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6월 29일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왔다. 대통령은 내일(6월 30일) 여기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8~29일 이틀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직후인 같은 달 29~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틀째였던 6월 30일엔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이 성사돼 국내외의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9일 오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한국으로 출발하면서 트위터에 “만일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내가 거기(한국)에 있는 동안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나 손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란 글을 올렸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북한 측이 연락을 해와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아사히 보도대로라면 그 중간에 비건 대표가 판문점에 가서 북한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과정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 관한 트윗을 작성한 뒤 한국에 먼저 와 있던 비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북측과의 접촉을 지시했다. 이에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이용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자 직접 판문점에 나가게 됐다.
비건 대표가 확성기를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읽는 모습을 목격한 북한군 병사는 “상부에 보고해야 하니 메시지를 한번 더 읽어 달라”고 요청했고 비디오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촬영해갔다고 한다. 이후 북한 측은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을 위한 협의에 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신문은 “북한과 직접 연락할 수단이 없어 협상의 주도권도 북한이 쥐고 있었던 셈”이라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북한이 설정한 이른바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보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비건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나는 여기(한국)에 와 있고 당신들(북한)은 우리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안다”고 북한 측에 공개적으로 접촉을 제안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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