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총통선거(우리의 대선)를 앞둔 대만이 ‘가짜 뉴스’ 공방으로 시끌시끌하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나 정권 탈환을 노리는 중국국민당(국민당) 모두 대형 유세나 TV토론보다는 온라인 공간에서 그럴 듯한 뉴스로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기 위해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하룻동안 대만의 팬 페이지 118개, 그룹 99개, 계정 51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가짜 뉴스가 워낙 기승을 부리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 중에는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을 지지하는 네티즌 15만명이 속한 계정도 포함돼 있다고 LA타임스가 17일 전했다.
가짜 뉴스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박사 학위는 위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홍콩 시위 참가자에게 하루 일당으로 385달러(약 44만8,000원)를 지급해 차이 총통을 지원했다’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은 그나마 평범한 축에 속한다. 최근에는 ‘대만 정부가 연금을 퍼부어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는 내용도 퍼졌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에 반대하는 차이 총통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자국인의 대만 관광을 통제하면서, 대만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관광수입을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만 정부가 동성애 페스티벌을 지원해 해외에 있는 동성애자의 파트너들을 대만으로 끌어들여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다’는 유언비어도 확산됐다. 모두 차이 총통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한 시장의 경우에는 그의 친중국 성향을 트집잡아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중국이 사이버 부대를 동원해 한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심지어 차이 총통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만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지난달 빈과일보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3.6%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곳이 차이 총통의 민진당이라고 답했다. 12.8%는 한 시장의 국민당, 17.8%는 중국을 꼽았다. 대만의 여야 정당과 중국까지 깊숙이 개입해 ‘사이버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법으로 규제하기도 마땅치 않다. 대만 정부는 계류 중인 ‘가짜 뉴스 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선거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돌발변수를 차단하고 차이 총통의 우위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서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거세 별다른 성과가 없다. 대만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40년 가까이 계엄령이 지속된 터라 개인의 자유를 또다시 구속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반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에서는 이 법이 시행 중이다.
빈과일보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차이 총통 지지율은 47.2%로 집계돼 17.8%에 그친 한 시장에 비해 여전히 두 배 이상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주에 비해 차이 총통 지지율은 3.6%포인트 떨어지고, 한 시장은 2.6%포인트 올라 격차는 소폭 줄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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