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2월부터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등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급증하는 탐방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라산의 수용능력에 맞춰 등산객 수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내년 2월부터 한라산 탐방로 5개 코스 중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성판악와 관음사 2개를 대상으로 예약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코스별 1일 탐방인원은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이다.어리목과 영실, 돈내코 코스 등 나머지 탐방로는 현재처럼 예약 없이 등반이 가능하다. 당초 탐방예약제 시범운영은 지난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4개월 정도 늦춰졌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탐방예약제 프로그램을 통해 당일 입산 가능 시간까지 선착순으로 접수할 예정이다.
한라산탐방예약제 도입은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 도로 정체로 인한 주차문제 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 탐방객은 2000년 이후 100만명을 넘어섰고, 2015년 125만5,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2016년 106만5,000명, 2017년 100만1,000명, 지난해 89만1,800명 등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100만명 내외가 한라산을 찾아 수용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탐방로 중 성판악 코스인 경우 전체 탐방객의 40% 정도가 집중되면서 훼손 우려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실제 탐방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성판악 코스 주변 일대는 불법주차 차량들이 도로 양쪽을 점령해 주차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등반할 때는 앞사람 뒷모습만 보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 ‘세계유산지구 등 탐방객 수용방안 및 관리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용역 결과 한라산 1일 적정 탐방객 수는 5개 탐방로를 모두 합쳐 3,145명으로 조사됐다.
도는 한라산 탐방예약제 실시와 함께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는 탐방로 주변 도로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갓길 불법 주정차 행위에 대해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제주국제대 맞은편 부지에 총 14억9,000여만원을 투입해 한라산 탐방객 환승주차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환승주차장이 조성되면 탐방객들이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성판악 탐방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한라산 자연보호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탐방예약제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효과 등을 검증한 후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