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이세돌(36) 9단이 바둑 여정을 마무리하는 은퇴 대국 상대로 다시 한번 인공지능(AI)을 선택했다.
이세돌은 18일부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국에 나선다. 총 3국으로 진행되는데 18일과 19일 서울 양재 도곡타워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두 차례 대국을 갖고 21일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마지막 3국을 벌인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 프로그램으로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다양한 대국 데이터를 학습하며 꾸준히 기력을 발전시킨 결과 국내외 프로기사의 실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해 올해 1월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거뒀다. 8월에는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참여해 처음으로 참가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바둑 전문가들은 이세돌이 3년 전 대결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국은 치수고치기로 진행된다. 치수고치기는 '두 대국자 사이의 기력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두는 바둑'으로, 대국 결과에 따라 정해진 규칙에 의해 치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실력이 약한 쪽이 바둑을 두기 전에 미리 바둑판 위에 깔아놓는 돌의 수가 치수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국 때는 치수 없이 호선(맞바둑)으로 대결해 1승 4패를 기록했다. 한돌과의 대결에서는 이세돌이 흑을 잡아 두 점을 깔고 시작한다. 단, 한돌은 덤 7집 반을 받는다. 보통 인간 사이의 접바둑에서는 덤이 없지만, 인공지능은 프로그램 세팅 상 무조건 덤 7집 반을 받게 돼 있다. 바둑은 먼저 두는 흑이 조금 더 유리하다. 백에게 이를 보상해주기 위해 덤을 제공한다. 1국에서 이세돌이 이기면 2국에서 이세돌과 한돌은 호선으로 정면 대결을 한다. 2국에서도 이세돌이 승리하면, 3국에서는 반대로 한돌이 흑을 잡고 두 점을 먼저 깐다. 만약 1국에서 이세돌이 진다면 2국에서는 이세돌이 3점을 깔고 시작하고 2국에서 또 지면 3국에서는 4점을 깔고 대국에 돌입한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결할 때 공격적인 성향으로 맞서다가 1~3국을 내리 패했다. 하지만 4국에서는 수비형으로 바꾼 뒤 ‘한방’을 노리면서 인간계 유일한 1승을 거뒀다. 파란만장한 24년여 바둑 인생의 종착역에서 다시 한번 AI를 상대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할지 바둑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세돌은 1억5,000만원의 기본 대국료를 받고, 1승을 할 때마다 5,000만원의 승리 상금을 받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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