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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의 인형 친구들 '세균맨과 루피', 총리실 책상도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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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의 인형 친구들 '세균맨과 루피', 총리실 책상도 지킬까

입력
2019.12.17 14:30
수정
2019.12.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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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의장 마스코트로 국회의장실 지켜

‘탈권위 행보’ 총리실서도 이어갈지 관심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2016년 국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는 가운데, 뒤쪽으로 집무실 책상의 루피와 세균맨 캐릭터 인형들이 보인다. 왼쪽부터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2016년 국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는 가운데, 뒤쪽으로 집무실 책상의 루피와 세균맨 캐릭터 인형들이 보인다. 왼쪽부터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루피와 세균맨도 같이 인사 드립니다.”

문재인 정부의 제2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17일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의장으로 있던 시절, 그의 의장 집무실 책상 위에는 늘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루피’와 ‘세균맨’ 캐릭터 인형이 놓여 있었다. 정 전 의장은 2017년 한 방송에서 이들을 데리고 출연, 대중들에게 위와 같이 소개하기도 했다.

두 인형은 정 전 의장의 ‘마스코트’다. 루피는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등장하는 주인공 뽀로로의 친구로 눈웃음이 인상적인 정 의장의 얼굴이 루피를 닮았다 해서 팬들이 보내준 인형이다. 또 세균맨은 정 의장의 이름(세균)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정 전 의장 측은 이들 인형을 명예보좌관으로 임명했고, 의장 임기 내내 정 전 의장이 자리를 비울 때 손님맞이를 하는 등 활약이 적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손님이 찾아올 때에도 정 전 의장은 자신의 명예보좌관을 직접 자랑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정세균 인스타그램 캡처
정세균 인스타그램 캡처

일부 누리꾼들은 국가 의전서열 2위에다가 거물급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탈권위 행보를 보여준 정 전 의장에게 세균의 ‘균’과 ‘러블리(사랑스럽다)’라는 단어를 합해 ‘균블리’라는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지금도 균블리(@gyunvely_413)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누리꾼들과 진솔하고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전 의장 측은 “명예보좌관들은 한때 정 전 의장 인기의 80%를 책임졌다”고 귀띔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명예보좌관’ 세균맨(왼쪽)과 뽀로로의 루피를 소개하는 정 전 의장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정세균 인스타그램 캡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명예보좌관’ 세균맨(왼쪽)과 뽀로로의 루피를 소개하는 정 전 의장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정세균 인스타그램 캡처

이 같은 친화력과 대중적 호감도는 패배 없던 6선 의원으로 ‘균블리’를 우뚝 세웠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장관, 의장을 두루 거친 정 전 의장은 이제 총리로의 입각을 앞뒀다. 샐러리맨 출신인 그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새청년국민회의 총재)에 의해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됐고,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경제정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야(對野) 관계도 원만해 국회 청문회의 충돌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다.

여권의 거물로 늘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혀 왔고, 자신의 지역구인 ‘정치 1번가’ 종로구에 대한 애착이 강해 재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던 정 전 의장은 청와대의 제안에 끝내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 전 의장의 지명소식을 직접 알리며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며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며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의장에게 세균맨이란 별명을 붙여준 이름에는 ‘세상을 균등하게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여의도 국회에서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로도 이들 명예보좌관을 통해 세상을 균등하게 만들기 위한 ‘탈권위 행보’를 이어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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