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17일 광주 지역 정가에선 ‘서구을’ 얘기가 하루 종일 오르내렸다. 천정배 대안신당(가칭) 의원과 리턴 매치를 꿈꾸던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총선을 위해 거쳐야 할 1차 관문인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서다. 일각에선 “추후 계속 심사에선 통과할 것”이라거나 “물갈이 공천 포석이 아니냐”는 상반된 관측이 혼재하면서 서구을이 단숨에 관심 지역구로 떠오른 모양새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는 지난 16일 예비후보자 검증대상자 310명을 상대로 1차 검증을 실시해 267명에 대해 후보 적격 판정을 내렸다. 검증위는 나머지 43명에 대해선 소명자료나 입장문 등을 제출 받은 뒤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이번에 보류 판정을 받은 검증대상자 중 광주에선 양 직무대행과 함께 최회용 전 참여자치21 공동대표(서구을),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광산을)이 포함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정가에선 재심 판정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양 직무대행에 대한 뒷말이 나왔다. 양 직무대행은 “검증위원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던 건 시스템 상 문제가 있었다”고 말을 아꼈지만, 정치권에선 양 직무대행의 설화(舌禍)가 빚은 정체성 문제를 꼽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양 직무대행이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2017년 3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를 앞장서 제기해온 노동인권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들을 ‘전문 시위꾼’으로 폄하한 것이 보류 판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이 발언을 발언을 놓고 당 안팎에서 “노동 적대적 발언으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컸고, 양 부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영입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엔 양 직무대행이 민주당 광주시당 상설위원회 합동발대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영입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4년 전 문재인 전 대표 시절에 저에게 오셔서 입당을 제의해주셨을 때는 저는 이 분이 참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양 직무대행이 검증 문턱에서 발목이 묶인 사이 적격 판정을 받은 경쟁자인 이남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구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밭관리에 나서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검증에서 판정이 보류된 43명도 ‘계속 심사’를 통해서 언제든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검증위는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후보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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