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향유에 찾아든 등검은말벌(사진 국립수목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잘하고 좋았던 일, 어렵고 아쉬운 일을 생각해봅니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상황이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경우는 진짜 잘못을 해서라기보다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내용이 오해를 부르며 아무리 이야기해도 일파만파 퍼지는 경우이지요. 잘했던 일에서도 아쉬운 점을 꼽으면 정말 중요한 의미의 일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사그라지는 경우이네요. 세상일이 무슨 일이든 정확하고 공정하게 인식되고 알려져서 칭찬이든 질타든 받는다면, 그 결과들을 수용하는 일이 조금은 더 수월할 듯합니다.

과학적인 사실이나 연구 정보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일에도 과장과 축소 혹은 왜곡이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은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이 너무도 많아서 그 가운데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일이 참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저같이 식물을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조차도 모든 식물을 직접 보고, 실험하고, 연구한 것은 아니므로, 예전에는 도서관을 뒤지고 문헌들을 모으고 분류하며 정보를 찾아내는 데 시간을 쏟았다면 지금은 진짜 정보와 왜곡된 내용을 구분하고 골라내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여전히 실수는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일하는 국립수목원 곤충박사님이 ‘지식은 늘리고 피해는 줄이고 - 산림 말벌 바로 알기’라는 작은 책자를 건네주었습니다. 말벌들의 피해가 많아져서 말벌들의 종류, 특징, 독성, 생활 속의 대처 방안 등을 정리한 알찬 책이었습니다. 눈에 뜨이는 내용 중에 하나가 말벌의 독성 비교였는데, 한동안 언론에서 꿀벌의 125배 때로는 250배까지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크게 공포를 알려주었던 등검은말벌의 동일한 양에서의 독성은 실제 높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종은 2003년 처음 발견된 침입외래종으로 매일 수백 수천 마리의 꿀벌을 사냥하여 양봉산업에 치명적이며, 워낙 세력이 크고 크기도 커서 사람에게 위협이 되고 있지만 독성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자이언트호귀드로 오해받았던 어수리(사진 양형호)

식물 중에도 한동안 수많은 문의를 받았고, 한 번쯤 SNS로 전달받은 경험이 있으신 분도 많았을 그릇된 정보의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자이언트호귀드(Giant hogweed)입니다. 이 풀이 닿아 피해를 본 무시무시한 사진과 식물 모습이 올라오고, 모두들 산행에 주의해야 하다는 경고와 함께 몇 년 동안에 걸쳐 일파만파 퍼진 내용이지요. 하지만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 분포하지 않아서 산행에 위협을 줄 이유가 없었지만, 어수리 같은 우리나라 같은 산형과 식물들과 언뜻 비슷하다고 착각해서 생겨난 일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시대적 상황을 담아 SNS로 전해진 가짜 뉴스도 있었는데, 한 국립공원의 낙엽송이 일본산이므로 잘라서 북한에 땔감으로 보낸다는 내용이었지요. 자세히 읽어 보니 여러 해 전에 국립공원 지정 당시 자연성이 높은 국립공원 내이지만 수십 년 이상 살아온 낙엽송 관리에 대해 보도된 진짜 뉴스에다가 마지막 부분만 이 나무들을 베어서 북한에 보낸다는 내용이 첨가된 참으로 교묘하게 왜곡된 가짜 뉴스였습니다.

진짜와 가짜, 진심과 위선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저부터 과학적이든 세상사이든 말이나 글자 안에 담긴 진짜 마음과 의미를 들여다보고 과학적인 정보는 정확히 하는 일에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한 해 동안, 부족하지만 풀과 나무를 포함한 생명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였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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