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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넘버원] 신희숙 대구민들레봉사단장 “봉사활동이 가장 큰 진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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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넘버원] 신희숙 대구민들레봉사단장 “봉사활동이 가장 큰 진통제”

입력
2019.12.18 18:00
수정
2019.12.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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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한민국자원봉사대상 대통령표창… 18개 팀 200여 명과 함께 사랑 나눔

※2019년 기해년이 저물어간다. 대구경북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웃들이 공동체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믿음을 실천한 이웃들을 소개한다.

신희숙 민들레봉사단장과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이용수 씨 가족이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 단장과 웬티윰(한국이름 윤다연)씨, 이지민양, 이용수씨, 이형택군, 김순득 씨. 서로를 '엄마', '사돈'으로 부르는 등 2009년부터 가족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신희숙 민들레봉사단장과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이용수 씨 가족이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 단장과 웬티윰(한국이름 윤다연)씨, 이지민양, 이용수씨, 이형택군, 김순득 씨. 서로를 '엄마', '사돈'으로 부르는 등 2009년부터 가족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신희숙(오른쪽) 민들레봉사단장이 이윤달 어르신께 약 복용 방법과 투약 일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신희숙(오른쪽) 민들레봉사단장이 이윤달 어르신께 약 복용 방법과 투약 일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단장님은 천사세요. 도움을 받기만 하고 제대로 보답도 못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16일 오후 대구 동구 서호동 주택가. 아픈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김봉숙(79) 어르신이 신희숙(58) 대구민들레봉사단장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5일 신 단장이 ‘2019 대한민국자원봉사대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는 소식에 눈이 빨갛게 물든 김 어르신은 “20여 년 전 보일러가 터져 냉방에 지내면서 굶고 있을 때 신 단장님이 보일러 수리는 물론, 쌀 연탄 등 생필품을 지원해주셨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잊지 않고 찾아 챙겨주시니 늘 고마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신 단장이 본격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8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대구로 시집와 교회 지인 5명과 주먹밥을 만들어 주변 어르신들께 나누어 주던 무료 급식 봉사활동이 첫 시작이다. 지금은 재능나눔팀, 가족봉사팀, 목욕봉사팀, 급식지원팀, 이미용팀, 호스피스팀, 다문화가정팀 등 18팀 200여 명으로 단원들이 훌쩍 불어났다. 연탄배달, 학교부적응 학생 심리상담 및 활동보조, 호스피스 봉사, 밑반찬 조리 및 배달 등 봉사활동 영역도 확대됐다.

신 단장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자원봉사란 말도 없을 때라 많이 힘들었는데, 어려운 이웃을 보면 가슴이 아파 이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민들레 씨앗처럼 나눔과 사랑의 정신이 멀리 퍼져나가라는 뜻으로 정한 민들레봉사단은 이름처럼 앞으로 더 많은 곳에 사랑을 나눌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 단장의 하루는 매일 오전 6시 시작돼 늦은 저녁에야 끝이 난다. 30여 년간 봉사활동을 펼치며, 돌아봐야 할 인연들이 가득 쌓인 덕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딸도 100여 명이 생겼다. 말이 안 통해 애를 먹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정착을 위해 한국 친정 엄마와 다문화 딸을 1대 1로 연결해 문화와 언어를 알려주는 ‘한국 엄마 맺어주기’ 프로그램 덕이다. 지금까지 연결된 한국 친정엄마와 다문화 가족이 60여 쌍을 넘었다.

베트남 출신 딸 웬티윰(31ㆍ한국이름 윤다연)씨에겐 잊지 못할 추억도 선물했다. 2009년 한국에 시집왔지만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딸을 위해 코레일 웨딩지원 사업에 지원, 2011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윤씨는 “엄마 덕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며 “처음 적응하는 한국 생활이 낯설고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힘들 때도 많았지만, 한국 엄마 덕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늘 든든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순득(73)씨는 “단장님은 사돈이자 우리 가족이다”며 “우리 식구가 오순도순 사는 게 단장님께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더 잘살겠다”고 말했다.

‘엄마’, ‘큰엄마’, ‘아파트 할머니’ 등 봉사활동을 펼치며 얻은 애칭이 더 소중하다는 신 단장에게 봉사활동은 큰 힘이 되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3년여 간 투병생활을 했지만 휠체어를 타면서도 봉사 현장을 누볐다.

“그만두라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봉사활동에서 받은 사랑과 힘이 가장 큰 진통제가 됐다”는 신 단장은 “‘배와 배움이 고픈 사람을 섬겨라’는 아버지 유언처럼 마지막까지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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