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었던 16일, 수도권에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이른 시일 안에 한 채를 제외한 집을 매각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권고다. 뒤늦게 나온 권고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차익을 실현하라는 신호를 주는 거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직자의 정책이 사익과 결부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해 상충 상황을 의미하고 중대한 문제가 된다.
필자는 경제정책을 다루는 고위공무원과 유관부처 고위관계자들에게까지 이러한 이해 상충 방지가 자율적으로 또는 강제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경제문제를 다루는 상임위 소속의 국회의원과 그들의 보좌관까지 이해 상충에 해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공무원이 차익에 대한 강력한 과세를 할 수 있겠는가. 한 단계 더 나아가 경제범죄를 다루는 판사나 검사, 그리고 그들을 돕는 수사관들도 관련 기업이나 행위자와의 혈연, 학연, 거래관계 등에 있어 투명해야 한다. 판사가 자신이 다루는 소송에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즉시 이해 상충 위험성을 인정하고 해당 소송에서 빠져야 한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야 투명하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법절차가 가능할 것이다.
이해 상충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공성 높은 정보를 다루는 언론인들도 해당된다. 기자가 A기업의 주식을 가진 상태에서 장점을 일부러 찾아내어 보도하거나, 그 기업의 단점을 부각시켜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 뒤 잽싸게 그 기업의 주식을 구입한다면 이것은 일종의 시장조작이 아닐까.
실제로 미국의 한 일간지 기자는 1980년대 초반, 자신이 쓴 기사가 게재되기 직전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가 연방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이해 상충 방지 정책은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신문사의 명예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다. 오랜 출입처 문화 속에서 담당 출입처와 내밀한 정보까지 교환할 수 있어야 능력 있는 기자라 믿는 우리 언론문화에서 이제부터는 이해 상충에 신경 써야 하고, 개인적 이익과 관련될 수 있는 대상을 취재하는 것은 스스로 피하는 게 옳을 것이다. 언론이 취재과정에서 접하는 정보를 사익에 연계시키는 순간, 정당성은 사라지고 공신력은 무너진다.
이해 상충을 피하는 첫걸음은 자발적 선언과 신고다. 누구나 다양한 인간관계, 경제관계에 얽혀서 살아간다. 기자가 취재도중 문제를 발견한 기업에 자신의 아내가 다니고 있다면, 자발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취재를 다른 기자에게 인계해야 한다.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회사에 모두 보고하고, 인계받은 동료가 공평한 잣대로 취재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역할에 머무르면 족할 것이다. 공무원이 자신이 부동산을 보유한 지역에 대한 규제를 망설이다 보면, 시장은 금세 그 약점을 파고든다. 공직자는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므로, 잠시의 방심과 탐욕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해 상충은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고 있거나 충돌할 위험이 있는 지점을 말한다. 이제 중진국이라기엔 너무도 덩치가 커져버린 우리 경제에서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은 바로 투명성이다. 제도와 기관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자발적 규제가 필요하다. 행정직 공무원, 판사, 검사, 경찰, 기자 등 공적 정보를 다루는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이해 상충 가능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관련 업무에서 자리를 비우는 문화가 성숙한다면 우리는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 그래야 바닥을 기고 있는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금 나아질 것이다. 지난 일들에 대한 단죄가 어렵다면, 앞으로라도 변해야 한다. 시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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