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표결 앞두고 여론전… 658쪽 분량, 뇌물수수도 거론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보고서를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오는 18일로 예상되는 하원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행해질 예정인 만큼, 이를 앞두고 여론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하원 법사위는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658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유인 권한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담고 있다. 법사위의 탄핵조사에 앞서 이뤄진 하원 정보위원회의 탄핵 보고서 등도 첨부됐다. 이 보고서는 본회의 표결 때 탄핵소추안과 함께 제출된다.
보고서는 “모든 것을 종합하면, 탄핵소추안은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ㆍ정치적 이해관계를 우리의 국가 안보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견제와 균형 시스템보다 우선시했다는 혐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축출돼야 한다”며 “그의 직권남용에 의해 가해지는 위험은 그야말로 탄핵 가능한 범죄의 정의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NYT는 “보고서의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를 배신했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탄핵소추안에 포함되지 않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거론돼 있다. 법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탄핵 성립을 위해 반드시 입증될 필요는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다른 범죄들도 아우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은 헌법상 뇌물수수 혐의와 그 밖의 연방 범죄들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익과 국민을 배반한 대통령을 법 위에 서도록 허용돼선 안 된다. 따라서 그가 직에서 축출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공화당의 ‘반대의견’도 달렸다. 공화당은 민주당을 향해 “다수당의 행위는 전례 없는 일로, 정당화될 수 없고 탄핵의 의미만 희석시킬 것이다. 미래의 대통령들에 미칠 파문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는 비난을 가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이 무리한 권한 남용이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읽어 봐라! 탄핵 사기극은 미국 정치사상 최악의 사기”라는 트윗을 올리며 재차 반발했다. 하원에서의 탄핵소추 절차에 막판 속도를 내는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감정 대립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탄핵 재판’을 하게 되는 상원에선 벌써부터 여야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의 과반 지위를 이용, 탄핵 심판 절차에서 자료 제출 요구나 증인 소환 없이 ‘신속한 부결’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WP는 “상원은 내년 1월 탄핵 심판을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폭탄 발언’ 가능성이 제기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새로운 증인으로 상원 탄핵 심판에 부르자고 제안하는 등 공화당의 ‘속도전’을 저지하면서 여론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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