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피해자를 자처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 측 핵심인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청와대와 송 시장 선거캠프가 지방선거 공약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서 이틀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김 전 시장은 16일 “청와대가 송철호 캠프의 실질적 총괄선대본부장 역할을 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온 뒤 “검찰이 제시한 문건에서 (송철호 캠프 관계자들이) 청와대에서 공약에 대해 구체화된 사업 계획과 관련된 회의를 하고 공약 추진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쓰는 게 필요한지도 논의해 하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가 지난 6일 송 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라고 김 전 시장 측은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전날 오후 출석해 9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고, 이날도 오전 10시에 재소환돼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시장 측에 따르면 송 부시장이 수기로 작성한 이 수첩에는 2017년 가을부터 청와대와 간접적으로 선거 공약과 관련해 교감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적혀있다. 김 전 시장은 “송 부시장의 업무일지에 ‘BH(청와대) 회의라고 적혀있었다. 여러 군데서 BH와 관련된 부분을 봤다”고 주장했다. 크루즈사업이나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 내용이 담겨있었고, 구체적인 예산 액수까지 적혀있었다는 게 김 전 시장의 설명이다. 김 전 시장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청와대가 일종의 선거기획, 선거대책본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많았다”면서 “송 부시장이 기록한 것들이 스스로 족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1차 소환 조사에서도 김 전 시장에게 확보한 문건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이 2017년 10월 청와대 문모 행정관에게 전달한 문건도 포함됐다.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과 관련된 비위 의혹 10여개를 4쪽짜리 보고서 형태로 정리한 뒤 문 행정관에게 건넸다는 문건이다. 석 변호사는 “송 부시장이 지역에서 떠도는 소문 내지는 편향된 시각으로 가공한 내용 등 소위 김 전 시장 비리 의혹 10여개를 정리해, 청와대에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전달한 문건 외에도 청와대가 해당 비위 의혹을 정리해 경찰청에 내려 보낸 문건 역시 김 전 시장 측에게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석 변호사는 “송 부시장이 올린 보고서와 청와대에서 경찰에 다시 내려 보낸 문건은, 일부가 제외되거나 추가되는 차이가 있었다”면서 “올라온 대로 그냥 경찰에 던지는 식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석 변호사는 “송 부시장과 청와대가 교신한 내용 등을 볼 때, 이것은 하명수사를 넘어 청부수사”라면서 “청와대를 압수수색 해서라도 보다 구체적인 보고 내용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시장의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