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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만 쳐다본 비건… 이례적 브리핑룸 회견 ‘공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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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만 쳐다본 비건… 이례적 브리핑룸 회견 ‘공들이기’

입력
2019.12.16 20:30
수정
2019.12.16 20:5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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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자극 피하려 질문 안받아… 오후 일정 비우고 연락 기다려

“북미 만남 불발돼도 한반도 찾아 메시지… 의미 커”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위해 대기하던 중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연합뉴스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위해 대기하던 중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연합뉴스

방한 이틀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6일 북한에 공개적으로 대화 제안을 한 뒤 청와대, 평택 주한미군기지, 외교부를 종일 오갔다. 그러나 오후 일정을 여유 있게 비워두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렸음에도 성과는 없었다. 17일 출국 전까지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말까지 북미관계는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이 ‘강 대 강’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 카운터파트(대화 상대)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마친 뒤 약식 브리핑인 ‘도어스테핑’ 대신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방한했던 비건 대표가 이동 중 기자들과 만나 간략한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건 처음이다. 북한에 보다 공식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특히 질문을 따로 받지 않고 자리를 뜬 것도 대북 메시지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데드라인(시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연말 시한’을 걸어 압박하고 있지만 일단 협상을 하며 서로의 셈법을 논해보자는 취지였다. 또 “우리의 일을 할 시간이다.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은 우리와 접촉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판문점 접촉도 제안했다. 하지만 16일 오후까지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시험을 잇따라 실시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비건 대표가 직접 한반도를 찾아 북한에 대화 제안을 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은 일단 정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는 명확히 했다”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고 언제든 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협상팀이 이야기하고 있는 ‘협상의 유연성’과 ‘창의적인 방법’이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에 들어맞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며 미국의 대화 촉구 메시지는 “대화 타령”이라고 일축해왔다. 미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도 추가 도발 카드를 쓰며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비건 대표의 메시지는 끝내 북미 협상이 불발 됐을 때를 대비한 미국의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협상이 안 되는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북한의 탓임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강 부원장도 “미국은 계속 유연한 입장을 가져가는데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강압적인 조치, 경제제재를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는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오후에는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방문하고 저녁에는 한미 외교당국 합동 리셉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일단 일본으로 출국하는 17일 오후까지 북한의 반응을 주시할 것으로 보이나 북한이 호응을 할지는 미지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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