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만나 “대북협상 포기 않을 것”… 연말 시한 압박 北에 “데드라인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부장관 지명자)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거듭 “대북 협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회견을 자청해 “우리가 여기에 있다”며 북한을 공식 호출하기도 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예방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듣고서다.

오전 11시부터 35분 동안 진행된 이날 접견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 유지 방안이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 예방이 끝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따로 만나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협상 진전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한 부대변인이 설명했다.

한 부대변인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남북미 정상 결단으로 2년 전에 비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현재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뿐이라는 상황 인식을 (문 대통령과 비건 대표가) 공유한 뒤 이와 관련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두 사람이) 나눴다”고 부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 비건 대표는 북한을 상대로 방한 기간 회동하자고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북핵 수석대표 협의 뒤 자청한 약식 회견을 통해서다. “북한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하겠다.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와 어떻게 접촉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의 판문점 만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협상 시한을 연말로 설정하고 대미 압박 중인 북한을 상대로 “분명히 하고자 한다.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다”고도 했다.

대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유인책도 제시됐다. 달래기를 시도한 것이다. 회견 때 “우리는 양측 목표에 부합하는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갖고 실현 가능한 단계로 가기 위한 다양한 창의적 방안들을 제안했다”고 말한 비건 대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북한이 제안에 응할 리 없는 만큼 협상이 꼬였을 때 북한에 책임을 미루기 위한 명분 쌓기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건 대표는 회견에서 “조만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런 행동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이날 비건 대표는 공식 임명되면 카운터파트가 될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나고, 평택 주한미군기지 방문, 한미 외교 당국 간 리셉션 참석 등 일정도 소화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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