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롤러스케이트장, 뉴트로 열풍 타고 인기
안전 규정 부족… 사고예방 및 사후조치 미흡
날은 춥고 미세먼지도 심하다는데, 어디 놀러 갈까 고민 중이신 분들, 롤러장(실내 롤러스케이트장) 어떠세요? 최근 TV에서 연예인들도 많이 가면서 다시 인기몰이하는 중인데요. 특히 30대 이상 어른들, 한때 롤러 좀 타본 분들에게는 아주 신나는 놀이 장소라죠. 아이들, 가족들 앞에서 얼마나 잘 타는지 뽐내기도 좋고요. 아이들도 새로운 놀이 문화라는 점에서 좋아한다고 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롤러장은 잘 나가는 중입니다. 해시태그(#)로 롤러장을 검색해보면 사진과 영상이 9만2,344개나 올라와 있고요. 관련 해시태그도 ‘#신나요’라네요. 특히 잘 타는 사람들, 어른들이 더 신난다는 롤러장이 위험하다니! 왜죠? 롤러장이 인기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안전 규정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롤러장 안전사고가 접수된 건 2017년 1월부터인데요. 지난해부터 특히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 1건인 데 반해 지난해 39건, 올해는 지난 9월 기준 91건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죠.
롤러장 안전 문제의 핵심은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소비자원이 12일 발표한 전국 실내 롤러장 20곳, 이용자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곳(40%)에는 안전 관리 요원이 아예 없었고요. 대부분(19개소, 95%)의 롤러장에는 안전 수칙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고 합니다.
롤러장은 또 숙련자와 초보자의 실력 차가 크잖아요. 스키장처럼 초보자들이 따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이유죠. 이런 공간이 있어야 숙련자들도 안전하고 재미있게 롤러를 탈 수 있고요. 하지만 소비자원이 조사한 업소 중 절반 이상인 11개소(55%)는 초보자 이용 공간이 없었다고 해요. 또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에 쓰이는 소화기나 대피를 돕는 화재경보기를 갖추지 않은 곳이 4개소(20%)나 됐고요. 특히 피난안내도는 대부분(16개소, 80%) 갖추고 있지 않아 불안함은 더욱 커집니다.
바퀴 4개 달린 신발을 신고 미끄러운 바닥을 달리다 보면 아무리 잘 타는 사람도 꼭 한 번씩은 넘어지는데요. 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롤러장 이용자 70%(470명 중 328명, 69.8%)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요. 심지어 절반 이상(240명, 51.1%)은 보호장구를 아예 착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롤러장 80%(16개소)는 “안전수칙 미준수, 보호장구 미착용 등으로 발생한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공지해 소비자가 호소할 여지도 없는 셈입니다.
즐겁게 놀기 위해 간 롤러장에서 슬픈 추억을 남길 순 없죠. 문제는 롤러장에 대한 안전기준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실내 롤러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실내 롤러스케이트장 안전관리 기준 마련 및 안전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용자들의 몫이 중요합니다. 안전모와 무릎, 팔꿈치 보호대 등을 착용해야 멋진 ‘롤러인’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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