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48)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힌다. 2012년 4월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 첫해인 2012~13시즌 ‘만년 꼴찌’팀을 우승으로 이끌더니 2017~18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2018~19시즌 청주 KB스타즈에 1경기 차로 밀려 7연속 정규시즌 1위를 놓치고,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7연속 챔피언 등극도 실패했지만 위 감독의 우리은행은 영원한 우승 후보다.
‘우리은행 왕조’를 이루는 동안 위 감독은 빠른 속도로 승수를 쌓았다. 2012~13시즌 24승을 시작으로 2013~14시즌 25승, 2014~15시즌 28승, 2015~16시즌 28승, 2016~17시즌 33승, 2017~18시즌 29승, 2018~19시즌 27승을 수확했다. 7시즌 통산 성적은 194승(48패)이다.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사령탑 최다승 기록(199승) 경신과 최초의 ‘200승 감독’은 시간 문제였다.
위 감독은 16일 현재 2019~20시즌 9승(2패)을 수확했다. 통산 승수는 200승을 넘어 203승이다. 하지만 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14일 우리은행이 부산 BNK를 73-60으로 꺾은 뒤 “위 감독이 통산 199승으로 역대 감독 최다승과 타이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어 “오는 18일 부천 KEB하나은행전에서 감독 최초의 200승에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위 감독의 통산 승수는 분명 203승인데, WKBL은 199승이라고 발표했다. 사라진 ‘4승’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여자농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위 감독의 4승은 WKBL의 아픈 과거와 관련 있다”며 “2016년에 혈통 사기극을 일으킨 첼시 리(전 KEB하나은행) 사태로 KEB하나은행 기록이 삭제되면서 위 감독의 승리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첼시 리는 2015~16시즌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며 해외 동포 자격 선수로 WKBL 무대를 밟아 신인상, 베스트5, 리바운드상 등 6관왕을 거머쥐었다. 이후 특별 귀화 선수로 신청된 첼시 리는 그러나 법무부 심사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WKBL은 ‘혈통 사기’에 휘말린 KEB하나은행 팀 순위 말소라는 프로스포츠 초유의 ‘기록 삭제’ 처분을 당했고, 첼시 리는 영구제명 됐다.
이 여파로 2015~16시즌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거뒀던 위 감독의 ‘4승’도 실종됐다. WKBL 관계자는 “첼시 리가 뛰었던 시즌, KEB하나은행의 성적이 삭제되면서 상대했던 개인 기록도 없어진 게 맞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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