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ㆍ핵실험 카드도 배제 못해
북한이 8일에 이어 엿새만인 14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북한 당국이 경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대다수 전문가들이 북한의 새로운 대미 압박 조치로 로켓을 활용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 놓는, 위성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북한이 최근 두 차례 실시한 ‘중대 시험’이 위성발사기지로 명명된 동창리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북한이 발사체를 “평화적ㆍ과학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점, 그간 과학기술에 기반한 자주경제를 통해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언급해온 점 등도 위성 발사를 유력한 선택지로 내세우는 이유다.
위성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언급한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핵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기술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위성 발사체와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체의 작동 원리가 같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이후 2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차관보는 “북한이 위성 발사시험에서 대형 탑재물을 북태평양 상공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다면 이는 미 본토 타격도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2017년 7월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사한 ICBM급 미사일 화성-15형을 주목한다. 당시 북한은 화성-15형을 “미국에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 ICBM 시험발사를 암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미 베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과거 사례로 보면 김 위원장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가장 도발적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애덤 마운트 미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협상에서 굴복을 강요하는 미국을 향해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며 “미국은 현재 잠재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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