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일우재단 전 이사장이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 심리로 열린 이 전 이사장의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면서도 “폭행에 상습성이 없고, 사용된 물건도 형법상 위험한 물건인지 의문스럽다”며 법리적 문제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이사장은 자칫 큰 상처를 입게 할 수 있는 커터기나 철 가위, 열쇠뭉치 등을 직원들에게 던지고, 화가 나서 던진 화분에 직원이 맞지 않자 다시 집어 오라 지시한 뒤 재차 던지기도 했다. 특히 운전기사에게는 빨리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 쪽으로 컵을 던졌고, 기사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차며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이 전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본인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도 정확히 일해주길 바라는데, 일을 못하면 화를 내기도 하는 성격”이라며 “이러한 태도가 전체적으로 부족함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범행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시기에 이 전 이사장이 평창동 자택공사와 고 조 회장의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 내조, 시어머니 봉양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음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스트레스로 인해) 우발적으로 행동이 나온 것으로 생각되니 재판부가 살펴봐 달라”며 “일반 폭행보다 사안이 경미하고,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진 일”임을 거듭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4일부터 피해를 입은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을 불러 증인신문 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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