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과 구덕운동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근래 한국축구에서 보기 드문 흥행 참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이번 대회에선 여느 A매치 때와 달리 입장 관중 수를 전광판에 노출하지 않는다. 노출하는 쪽도, 그걸 보는 쪽도 그 수치가 민망해서가 아닐는지.
16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대회 개막 후 한국 남자대표팀이 치른 첫 주말경기였던 15일 한국-중국전 관중 수는 7,916명으로, 지난해부터 줄곧 매진 또는 매진에 버금가는 흥행 행보를 이어갔던 관중 수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마저도 한국 남자대표팀의 첫 경기였던 홍콩전(11일) 1,070명보다 7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자, 1,000명도 넘기지 못한 여자부 경기들에 비해선 그나마 나아진 수치다.
유럽파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기온이 떨어진 초겨울에 벌어지는 이벤트라 해도 최근 한국축구 인기와 대회 준비기간,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축구협회의 개최 노력에 견주어봤을 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동아시안컵 2라운드까지의 최다 관중 수가 대회 개막 직전(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그것도 평일에 열린 K리그2(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 홈경기 관중(8,249명)보다 적다는 점은 대회를 준비한 모든 이들이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15일 중국전이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여러 관중들을 찾아가 ‘흥행 참패’ 이유를 묻자,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최대 9만원(최저 2만원)의 비싼 티켓가격과 ‘안 좋기로 소문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접근성과 관람환경이 대표적이었다.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한 관중은 “부산은 현수막, 지역방송(라디오ㆍTV)”의 홍보효과가 큰 곳인데, 어디서도 대회를 한다는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관중유입을 위한 홍보보다 부산시축구협회장 치적을 알리기 위한 온라인 홍보물이 ‘스팸 메시지’처럼 돌아 되레 거부감이 컸다는 관중도 있었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대회를)벌려놓으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게 아니었느냐”는 20대 여성관중 얘기였다. K리그 부산 소속 이정협(28)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왔다는 그는 “경기는 재미없을 것 같고, 티켓 값은 비싸서 굳이 비용을 들여 올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경기장 주변에 경기 외적인 즐길 거리가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협회 관계자는 “북한 불참, 중국의 2진 파견 등 흥행 저해요인도 컸지만, 결과적으로 참패한 만큼 이번 대회를 마친 뒤 되돌아보겠다”고 했다. 일단 한일전이 예고된 18일 3차전 예매율은 이전 경기들보단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2년 사이 높아진 인기에 마냥 취해 축구흥행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반드시 짚어볼 일이다.
부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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