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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인공지능 시대 사람의 가치

입력
2019.12.1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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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데이터가 편향되었다면 가치 판단능력이 없는 AI 역시 편향될 수밖에 없다. 편향되지 않은 양질의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데이터가 편향되었다면 가치 판단능력이 없는 AI 역시 편향될 수밖에 없다. 편향되지 않은 양질의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몇 주는 내년 업무계획으로 바빴다. 업무 계획의 키워드는 사람 중심의 정책,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의 활용이다. 쓰고 보니 앞뒤가 좀 안 맞다. 인공 지능 시대에 사람중심이라니. 마침 바둑 9단 이세돌이 국내 바둑 AI인 ‘한돌’과 이번 주 은퇴대국을 치른다는 기사를 접하며 AI와 사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AI는 특정 업무를 지적으로 수행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AI는 인간의 뇌보다 더 빨리 사고하고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에 매력적이면서도 위협적이다. 단순한 기계 작업을 하던 AI는 이제 언론 기사를 쓰고, 음악을 작곡하는 등 인간 고유의 전문 영역까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선진국 15개국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발표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도 2025년이 되면 국내 취업자의 61%가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AI와 사람의 대결에서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모양새다.

AI와 사람의 대결은 영화의 흥미로운 주제다. 종전의 히트를 쳤던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는 세상을 그렸다. 캐리 앤 모스(트리니티 역)의 360도 공중 발차기와 키아누 리브스 (네오 역)의 총알 피하기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매트릭스는 AI가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가상현실을 묘사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은 영화만큼 짜릿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가 우승했고, AI가 사람을 능가하는 세상이 왔다는 충격으로 떠들썩했다. 그래도 알파고를 상대로 이세돌이 얻은 1승은 “인류 유일”의 기록이다.

AI의 ‘지능’은 현재는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활용하는 정도다. 그래도 쓰임은 크다. IBM이 만든 닥터 왓슨은 방대한 의학 정보를 학습해 암 진단의 정확성을 높였다. 사진 정보 기반의 안면 인식 식별 시스템이 공항 입출국 심사에 적용되면 여권이나 탑승권 없이 바로 출국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이렇듯 AI 기술의 근간은 데이터의 ‘양’이지만, 그 질과 가치도 중요하다. 컴퓨터는 가치나 윤리가 없지만 학습한 데이터가 편향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인종 차별 사례가 그렇다. 인종 차별로 알려진 미국 남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죄를 예측하기 위해 구축한 AI는 흑인을 범죄자로 지목할 확률이 높다. AI를 적용한 채용이나 인사시스템은 기존에 성비율이 남성에 치우친 데이터를 사용하여 알고리즘을 구성하였다면 여성에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 외모 평가를 위해 미인대회에 투입된 AI도 미인 판단 학습에 사용한 사진 데이터가 백인이었던 탓에 참가자 6,000여명 중에 수상자 44명 대부분을 백인으로 뽑았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데이터가 편향되었다면 가치 판단능력이 없는 AI 역시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편향되지 않은 양질의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내년 업무계획에서 사람중심의 정책이란 의료제품의 안전 관리에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식품 등의 안전은 소비자와 함께 협의하고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안전관리에 빅데이터와 AI 등의 신기술을 투입하여 더 촘촘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인 안전관리에 AI는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 2016년 이세돌은 알파고에 졌지만 바둑의 예술적 가치는 사람만의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후 펼쳐질 한돌과의 대국에서도 승패에 관계없이 바둑의 멋과 낭만은 이세돌만의 것이다. AI 시대에 사람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백혜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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