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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취업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사한 경우, 이를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외국인 노동자 A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김포한강도시 신축공사장에서 철근공으로 근무하는 불법체류자였다. 그는 근무시간에 공사장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피해 도망치다 지하로 추락했다. A씨는 한 달 정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외상성 뇌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사업주는 공사현장에 불법체류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불법취업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내재된 위험’이 실현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그러나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이루어지는 업무수행이나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라며 유족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공단의 처분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단속 당시 직접 도주를 지시하거나 도피 방법을 사전에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발생한 사고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또 “이 사건은 높이 7.5m의 비계 난간을 통해 도주를 시도한, 다소 이례적이고 무리한 방법을 택해 발생한 사고”라며 “불법체류자 고용에 따른 내재된 위험이 실현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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