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저격에 격앙된 민주당... 협상판 엎었다

심 대표 “민주당, 대기업이 중기 후려치듯” 발언에

민주당 “협상 파트너에 존중이 없어... 협상 원점 재검토”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가 15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3층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김윤기 대전시당위원장 북 콘서트 '길을 걷다'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개정안 단일안 마련을 두고 파열음을 내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15일 정면 충돌했다. 민주당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민주당이 대기업이 중소기업 후려치듯 협상한다”는 발언에 폭발했고, 결국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심 대표를 겨냥해 “협상 파트너에 대한 존중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의 선거법 개정안 논의 중단을 선언하며 “일부 정당은 협상 파트너에 대한 기본적 신뢰와 존중이 없지 않나”라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 발언 등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심 대표가 13일 “(민주당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 후려치듯 밀어붙이고 있다. 오만하다”고 비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홍 수석대변인은 또 “그 정당은 몇몇 중진 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를 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질 경우 비례대표 후보로 다시 나올 수 있게 하는 석패율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중진 의원은 심 대표(3선)가 유일해, 민주당이 석패율제 수혜자로 사실상 심 대표를 지목한 셈이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홍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그 당 최고위원회의 입장이라면 매우 심각하다”고 맞섰다. ‘개혁 알박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지금 정의당 중진은 3선 의원이 한 분(심 대표) 있고 다 초선”이라며 “그 한 분은 선거법과 관계 없이 자력으로 지역구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고 반박했다.

4+1 조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의당은 현행 지지율대로 득표를 한다면 의석 수가 늘어나지만 민주당은 큰 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과 총리 인준안 통과 등에서 정의당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석수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협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대로 요구를 수용할 경우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 정의당에 강공으로 나선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의당에 이대로 끌려 다닐 수 없다” “선거제 개혁의 최대 수혜자가 정의당이고 최대 피해자가 민주당인데 정의당이 자신들만 선인 듯 행동한다”는 격앙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의당은 일단 한 발 물러섰다.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대기업 단가 후려치기’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의 유감 표명을 수용한다”며 “민주당이 개혁 파트너(정의당)와 마지막까지 협상해주기 바란다”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