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잠정 합의 선거법 단일안, 표 등가성 강화 등 선거 개혁 취지서 후퇴
민주당, 더 후퇴된 안 들과 나와… 여권 스스로 약속 어기는 행보
13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던 제 37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지연되어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잠정 합의한 공직선거법 단일안이 여권이 주창한 선거 개혁 취지에서 한참 후퇴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표의 등가성 강화’와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ㆍ지역주의 완화’라는 대의가 지워진 탓이다. ‘누더기 선거법이 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4+1이 지난해부터 논의하기 시작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을 전체 의석을 연동시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비례대표로 표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낙선자가 얻는 사표(死票)가 국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보정하자는 취지다.

사실 20대 국회까지는 지역구 투표(253석)에서 1위 당선자만 의석을 차지하는 바람에 2위부터의 득표는 사표가 됐다. 이에 따라 유권자 표심을 조금 더 반영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를 늘려 정당 득표율이 의석 분포에 반영되도록 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총선 제도 개혁 관련 여권 주요 인사 발언. 그래픽=박구원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을 전체 의석과 연동시킨 뒤,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에서 가져가게 한다. 낙선자에게 갔던 표도 민심인 만큼 의석 수 확보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총 의석수 100석 가운데 40석을 비례대표로 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10%의 정당득표율을 얻은 A 정당이 비록 지역구 기반이 없어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더라도 총 의석수에서 정당득표율(10%) 만큼인 10석을 비례대표 의석수에서 확보할 수 있다. 지역구도에 기대지 않는 소수 정당에 유리하고, 그만큼 양당제 구조가 아닌 다양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다당제로의 변화가 용이한 제도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야의 협상을 거듭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4+1은 올해 초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을 ‘225 대 75’로 맞추고, 연동률(득표율과 연동시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비율)을 50%로 낮춘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50%의 연동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연동형제에서 후퇴한 ‘준연동형제’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 협상에서 ‘250 대 50’으로 비례대표 수가 더 줄었고, 민주당은 50석 중 30석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자는 ‘준준연동형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으로선 군소 정당에 유리한 연동률을 올려봐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약속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선거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 편중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내용상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한 종류로 해석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서 “국회 구성의 비례성 강화, 지역 편중 완화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회동에서도 “비례성ㆍ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제가) 일찍 주장해왔다”며 19대 국회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이 실현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민주당의 선거제 후퇴가 전혀 예고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범여권 내 선거제 개혁 논의가 활발했던 지난해 10월 이해찬 대표는 “우리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가 11월엔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이 어렵다”(지난해 11월 16일)고 번복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표의 등가성 확보를 주장하지만 민주당도 결국 거대 양당의 한 당사자”라며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2월 15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여야 간의 합의 정신이 과연 잠정 합의안에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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