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불씨 살리기 총력전… 트럼프 친서 있다면 판문점서 북미접촉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꺼져가는 북미 비핵화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력 외교전에 나선다. 2박 3일 일정으로 15일 방한한 비핵화 협상 미국 측 실무 책임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단독 접견이 최대 관심사다. 특히 비건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어떤 메시지를 갖고 왔는지에 따라 북미 실무접촉 성사 여부도 갈린다. 연말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15일 문 대통령과 비건 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만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한국 정부 카운터파트가 차관급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임을 감안하면 이례적 단독 접견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9월 비건 대표를 단독 접견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본궤도에 올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전이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그만큼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이번 접견에서는 북한의 도발 상황과 한미 공조 방안이 거론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ICBM 시험 발사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상정하고 있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것이다.
비건 대표가 이번 방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만큼, 문 대통령 접견에서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도 관심이다. 특히 비건 대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메시지를 갖고 왔다면 전격적인 판문점 북미 접촉 성사 가능성도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50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쏟아지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에도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접촉 요청에 아직 응답을 하지 않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17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비건 대표 접견 외에도 18일에는 스웨덴의 스테판 뢰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 10월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무대를 제공하는 등 중재 역할을 해왔다.
문 대통령은 또 내주 북한의 후견인 격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일정도 최종 조율 중이다. 한중 양자회담을 통해선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언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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