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유권자 불만 ‘총선 역풍’ 기대… 비례용 형제ㆍ자매정당 구상도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16일 공직선거법 단일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인 주말, 자유한국당은 별로 조급해하지 않았다. 4+1이 잠정 합의한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당은 21대 국회에서 거대 범여권 세력에 치이는 존재가 된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민주당과 손을 잡고 막판 협상에 적극 나서는 대신, ‘마이웨이’를 택했다. 한국당은 선거법에 화력을 집중하지 않은 채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15일엔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었다.
한국당이 선거법 협상 대신 문재인 정권과의 전면전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원천무효”를 외치며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 중이라 심재철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의 협상 여지가 좁아졌다. 160여석을 확보한 ‘4+1 공조’가 유지되는 한 한국당이 선거법의 국회 통과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차라리‘사후 대책’ 마련에 나선 측면도 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선거법 강행 처리가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4+1 단일안의 정신이 비례대표성 강화인 만큼, 지역구 유권자들이 반기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다.
한국당은 4+1 선거법을 깎아 내리는 여론전을 시작했다. 한국당은 15일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지 교수는 ‘4+1’ 협의체가 도입을 검토하는 석패율제(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를 겨냥해 “심상정, 손학규, 박지원 등 당 대표급 의원들이 80살, 90살까지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규정하며 민심을 자극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비례대표 의석을 지키기 위해 ‘형제·자매 정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지역구 표는 한국당에, 비례대표 표는 한국당 계열 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하라고 보수 유권자들에게 사실상의 ‘지침’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군소 정당들이 이미 다수 존재하는 진보 진영과 달리, 한국당이 독식 중인 보수 진영에선 승산이 있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14일 페이스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역이용하면 보수, 우파가 오히려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좌파들이 폐지하자고 난리를 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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