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않기로
신세계∙현대백화점, 16일부터 예약판매 시작
공정위, 내년 시행되는 ‘대규모 유통업…’ 새 지침 영향
내년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백화점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16일부터 직매입 상품 위주로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에 들어가지만, 롯데백화점은 아예 설 선물 예약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백화점이 세일을 주도하면 할인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새 지침에 업계의 표정이 갈린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내년 설(2020년 1월 25일)에 앞서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은 해마다 설과 추석 50여일 전부터 한 달 가량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시행해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매출은 2017년보다 17.7%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이러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백화점들은 명절 때마다 본 판매에 앞서 신선 및 가공 식품 등을 정상가보다 최대 80%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전 예약 판매로 최근 몇 년간 매출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공정위가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매입거래 부당성 심사지침’으로 인해 백화점들의 명절 특수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 지침은 백화점이 세일을 할 때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백화점이 절반 이상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백화점들은 통상 입점 업체들과 할인율을 정해 세일에 들어간다. 이때 할인율을 일종의 판촉비로 보고 백화점과 입점 업체가 나누지만, 공정위는 이를 절반씩 부담토록 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입점 업체가 스스로 할인 행사 시행 여부 등을 결정했다면 이는 자발적인 결정으로 예외로 인정될 수 있어 요건 기준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롯데백화점은 공정위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하면 첫 적발대상이 될 수도 있어서다.
반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공정위 지침에 적용되지 않는 직매입과 협력사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설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6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배 사과, 곶감, 샤인머스켓 등 농산물 40개 품목을 비롯해 한우 등 축산 33개 품목, 굴비이나 전복 등 수산 30개 품목, 건강식품 52개 품목, 와인 39개 품목 등 지난 설보다 15개 품목이 늘어났다. 한우는 5~10%, 굴비는 최대 30%, 청과는 5~10%, 곶감ㆍ건과는 15~20%, 와인은 최대 65%, 건강식품은 20~50% 가량 할인된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까지 정육과 수산물, 청과, 가공식품 등 설 선물세트 200여개의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1등급 등심·불고기로 구성된 ‘현대 특선한우 화(花)’는 23만원(판매가 25만원), ‘영광 참굴비 죽(竹)’은 30만원(판매가 32만원), ‘현대 멸치세트 난(蘭)’ 9만6,000원(판매가 12만원), ‘제주 과일 혼합 난(蘭)’ 7만5,000원(판매가 8만원) 등 일부 인기 품목은 5~30%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은 법인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상품권 행사가 집중되는 본판매 매출 비중이 95%에 달한다”며 “올해부터는 사전예약 대신 본판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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